2년 이상 가동한 공장 이전 시 양도세 면제와 그 추징에 대한 이야기

공장을 운영하다가 더 좋은 환경이나 넓은 부지가 필요해져 이전하는 경우가 있죠. 이때 기존 공장 부지를 팔면 양도소득세가 발생하는데, 과거에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이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바로 2년 이상 가동한 공장을 이전하기 위해 기존 공장을 양도하는 경우였죠. (구 소득세법 제6조 제2항 제2호)

하지만 이런 좋은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공장 이전을 핑계로 땅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부동산 투기가 늘어난 거죠. 그래서 정부는 면제 혜택을 받았더라도 일정 기간 안에 새 공장을 짓고 사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면제받았던 세금을 다시 내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구 소득세법시행령 제18조 제5항 제1호)

그런데 이 규정 때문에 억울한 일을 겪는 분들도 생겼습니다. 새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 기한 내에 공장을 완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던 거죠. 예를 들어,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거나, 천재지변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 등 납세자의 잘못이 아닌 외부 요인 때문에 기한을 넘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번 판례는 바로 그런 억울한 사례에 대한 판결입니다. 원고는 공장 이전을 위해 기존 공장을 팔고 양도세 면제를 받았지만, 새로운 공장 부지의 토목공사 지연 등으로 인해 기한 내에 새 공장을 완공하지 못했습니다. 세무서는 기한을 넘겼으니 면제받았던 세금을 다시 내라고 요구했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세금을 다시 내도록 하는 규정의 취지는 부동산 투기를 막고 성실한 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지, 납세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즉, 새 공장 건설 지연이 납세자의 책임이 없는 사유라면, 기한을 넘겼더라도 면제받은 세금을 추징할 수 없다는 것이죠. (대법원 1989.6.13. 선고 88누4553 판결, 1990.1.12. 선고 89누6198 판결, 1992.4.28. 선고 91누8487 판결 참조)

이 판결은 세금 면제 혜택의 본래 취지와 납세자의 권익 보호 사이의 균형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의 취지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공정한 판단을 내린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