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 하도급, 부가세 면제 대상일까? - 신의성실의 원칙과 비과세 관행

안녕하세요! 오늘은 건축설계 하도급과 관련된 부가가치세 면제 여부에 대한 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자격 없이 하도급을 받아 도면을 작성하는 경우, 부가세 면제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과세 관청의 과거 행위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비과세 관행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엔지니어링 업체(원고)는 대형 건축설계사무소로부터 건축설계 업무 중 일부를 하도급받아 작업했습니다. 하지만 원고는 관련 자격 없이 기본설계도면을 바탕으로 실시도면(소방설계 등)을 작성했고, 세무서(피고)는 이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는데, 핵심 쟁점은 다음 두 가지였습니다.

1. 자격 없이 하도급받아 작성한 실시도면 등이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인 설계용역에 해당하는지 여부
2. 과세관청이 과거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은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또는 비과세 관행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1. 부가가치세 면제 여부: 법원은 원고가 제공한 용역은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35조 제2호 ㈐목에서 정한 설계용역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필요한 자격 없이 단순히 기본설계도면을 토대로 실시도면을 작성하는 것은 독립된 설계용역이 아닌 보조용역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관련 조문: 부가가치세법 제12조 제1항 제13호,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35조 제1호 ㈐목, 제35조 제2호 ㈐목)

2. 신의성실의 원칙 및 비과세 관행: 법원은 과세관청이 원고에게 면세사업자용 사업자등록증을 교부하고 여러 차례 검열했으며, 과거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나 비과세 관행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신의칙이나 비과세 관행이 인정되려면, 과세관청이 과세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특별한 사정 때문에 과세하지 않았다는 의사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련 조문: 국세기본법 제15조, 제18조 제3항. 참조 판례: 대법원 1995.2.14. 선고 94누12951 판결 외 다수)

결론

이 판결은 자격 없이 하도급받아 수행하는 설계 보조용역은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또한,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비과세 관행 적용에는 과세관청의 명확한 의사 표시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