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9.12.10

형사판례

검사가 죄를 나눠 기소했는데, 왜 문제가 안 될까? - 공소권 남용에 대한 오해와 진실

검사는 죄를 발견하면 기소할 수도 있고, 기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소추재량권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 권한을 함부로 행사하면 안 됩니다. 피고인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주려고 일부러 죄를 나눠서 기소하는 등 악의적으로 소추재량권을 행사한다면 공소권 남용이 되어 기소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7조 참조)

그런데 이번에 다룬 판례는 검사가 죄를 나눠 기소했음에도 공소권 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차량 번호판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때 피고인은 번호판 절도 외에도 가스분사기를 소지한 것 등 다른 범죄 사실도 자백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번호판 절도 사건만 검찰에 먼저 송치했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피고인을 기소했고, 재판 결과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그 이후에야 검찰은 가스분사기 소지 사건을 기소했습니다.

원심 법원은 이를 공소권 남용으로 판단했습니다. 검사가 일부러 죄를 나눠 기소해서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본 거죠.

대법원의 판단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습니다. 검사가 죄를 나눠 기소한 것이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공소권 남용이 되려면 검사의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런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 경찰이 가스분사기 소지 사건 외에도 다른 절도 혐의를 수사하느라 번호판 절도 사건과 분리하여 따로 송치했다는 점
  • 검찰이 가스분사기 소지 사건에 대한 피의자 신문을 할 무렵, 번호판 절도 사건의 판결이 예상보다 빨리 확정되었다는 점

즉, 검사가 의도적으로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죄를 나눠 기소한 것이 아니라, 수사 및 재판 진행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라는 겁니다.

(대법원 1999. 5. 28. 선고 99도898 판결, 대법원 1996. 2. 13. 선고 94도2658 판결, 대법원 1996. 9. 24. 선고 96도1730 판결, 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도508 판결,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도1273 판결 참조)

결론

이 판례는 검사의 소추재량권 행사가 공소권 남용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직무상 과실이 아니라,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검사가 죄를 나눠 기소하더라도 거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공소권 남용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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