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9.02.12

민사판례

고속도로 옆 송유관 이전, 누가 비용을 낼까요?

고속도로 옆에 송유관을 묻었는데, 도로를 확장하면서 송유관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송유관 이전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합니다.

사건의 개요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는 송유관 회사에 고속도로 부지와 접도구역에 송유관을 매설하는 것을 허가했습니다. 허가 당시 도로공사와 송유관 회사는 협약을 맺었는데, 향후 송유관을 옮겨야 할 경우 송유관 회사가 이전 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도로법 시행규칙이 개정되어 접도구역에는 도로공사의 허가 없이도 송유관을 매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송유관 회사는 법이 바뀌었으니 이전 비용 부담 조항도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송유관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수익적 행정처분과 부관: 도로공사의 허가처럼 이익을 주는 행정처분을 '수익적 행정처분'이라고 합니다. 수익적 행정처분에는 특별한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부담을 붙일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두12837 판결,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7두6663 판결 등). 이러한 부담은 행정청이 일방적으로 정할 수도 있고, 미리 상대방과 협의해서 협약 형식으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 처분 당시의 법령 적용: 행정처분의 적법성은 처분 당시의 법령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 1995. 11. 10. 선고 95누8461 판결,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두1811 판결 등). 처분 이후에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전 처분의 효력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협약 당시에는 부담 조항이 적법했으므로, 나중에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협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 부당결부금지 원칙: 행정청은 실질적 관련이 없는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송유관 이전 비용 부담이 허가와 관련이 있으므로 부당결부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습니다. 송유관 회사는 허가를 받음으로써 다른 곳에 송유관을 매설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이점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 협약의 해석 (상고심): 도로공사와 송유관 회사는 후속 협약서를 작성하면서 이설비용 부담에 대한 분쟁을 법원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협약서가 이설비용 부담 의무 자체를 새로 만들거나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협약의 효력 유무에 대한 분쟁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5060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348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송유관 회사는 기존 협약에 따라 이전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도로공사가 이미 지급한 비용도 돌려줘야 합니다. 다만, 반환 의무의 이행 시기는 기존 협약과 부당이득반환 관련 법리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는 점을 대법원은 지적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 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3다40668 판결 참조).

결론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과거에 유효하게 맺은 협약의 효력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행정처분의 적법성은 처분 당시의 법령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협약서의 해석은 문맥, 당사자의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관련 법 조항: 행정소송법 제1조, 제27조, 도로법 제50조(현행 제49조 참조), 도로법 시행규칙 제23조 제1항 제5호).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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