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6.05.10

형사판례

기업 비업무용 부동산 감사보고서, 공무상 비밀누설일까?

감사원 감사관이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실태에 대한 감사원 보고서를 공개한 것이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합니다. (서울형사지법 1995. 2. 21. 선고 93노6329 판결, 대법원 확정)

공무상 비밀누설죄란 무엇일까요?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직무상 비밀'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법으로 비밀이라고 정해진 것만 의미하는 걸까요?

대법원은 과거 판례(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1172 판결, 1982. 6. 22. 선고 80도2822 판결)를 통해 '직무상 비밀'의 범위를 넓게 해석했습니다. 법으로 비밀이라고 정해진 것 외에도,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으로 비밀로 다뤄야 하는 사항, 그리고 정부나 국민의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이 이익이 되는 사항까지 포함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 실질적으로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서, 단순히 '비공개' 상태인 모든 정보가 비밀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정말로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하는 정보만이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대상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왜 무죄였을까요?

이 사건에서 감사관이 공개한 보고서는 기업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실태를 조사한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부동산 투기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였고, 국민적 관심도 높았죠. 보고서에는 개별 기업의 부동산 보유 현황, 과세 누락 명세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보고서의 내용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보고서에 인용된 은행감독원 자료는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공개된 정보였습니다.
  • 법령 개선 사항에 대한 내용은 추상적인 의견에 불과했습니다.
  • 개별 기업의 부동산 보유 실태는 당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었고, 공개되는 것이 오히려 국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했습니다.
  • 보고서 내용이 공개된다고 해서 국가의 기능이 위협받는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즉, 해당 보고서의 내용은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비록 감사관이 개인적인 불만으로 보고서를 공개했더라도, 그 내용 자체가 비밀이 아니기 때문에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이 판례는 공무상 비밀의 범위와 그 보호 가치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알려지지 않은 정보라고 해서 모두 비밀은 아니며, 국가 기능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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