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2.07.26

형사판례

길거리에서 바지를 벗는 행위, 무조건 강제추행일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길거리에서 바지를 벗어 성기를 노출한 행위가 강제추행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가 건물 2층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피해자와 시비가 붙었습니다. 피해자가 자신의 차로 돌아가자 피고인은 피해자를 따라가 욕설을 하면서 바지를 벗어 성기를 노출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피고인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추행'이란 단순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3716 판결 등 참조)

또한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사람을 추행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5979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나이, 성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신체 접촉 여부, 행위 장소가 공개된 장소였던 점, 피고인의 욕설이 성적인 성질을 가지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단순히 바지를 벗어 성기를 보여준 행위만으로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관련 법조항

  •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형법 제245조(공연음란)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 (구)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41호 (과다노출) 여러 사람의 눈에 띄는 곳에서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행위

이번 판례는 단순히 성기를 노출하는 행위만으로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강제추행죄 성립 여부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 침해 여부,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형사판례

옷을 벗기는 행위도 강제추행?!

상대방의 동의 없이 옷을 벗기는 행위는 폭행과 추행이 동시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폭행의 정도가 세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물리력 행사가 있었다면 강제추행이 성립합니다.

#강제추행#옷벗기기#폭행#추행

형사판례

춤추다 가슴 만졌다고? 이것도 강제추행?!

춤을 추면서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가슴을 만지는 행위는 순간적이라도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

##강제추행#유죄#폭행

형사판례

지하철 성추행, 피해자가 수치심 못 느껴도 유죄?

지하철과 같은 공중밀집장소에서 타인의 엉덩이에 성기를 접촉하는 행위는,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실제로 느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성추행으로 처벌된다.

#공중밀집장소 추행#성기접촉#엉덩이#수치심 불필요

형사판례

협박으로 신체 사진·영상 촬영 강요, 강제추행일까?

타인의 협박에 못 이겨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하여 전송하는 행위를 하게 한 경우, 촬영자는 강제추행죄로 처벌될 수 있다.

#협박#음란행위 촬영#강제추행#간접정범

형사판례

몰래 소변을 본 행위, 강제추행일까?

타인이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몰래 소변을 보는 행위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이므로 강제추행죄로 처벌될 수 있다.

#몰래 소변#강제추행#유죄#성적 수치심

형사판례

강간죄에서 폭행·협박의 정도, 얼마나 심해야 할까?

20대 여성을 강간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남성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폭행·협박의 정도에 대한 심리가 부족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강간죄#폭행·협박#심리미진#파기환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