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인데 왜 못 막아?! - 담장 설치와 권리남용

땅 주인이라면 내 땅에 뭘 하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닙니다. 특히 내 행동이 이웃에게 피해를 준다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웃집 출입구 앞에 담장을 설치했다가 '권리남용'으로 철거 판결을 받은 사례를 소개합니다.

사건의 개요

A씨는 자신의 땅에 상가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건물 출입구를 인접한 B씨 땅의 통로 쪽으로 냈습니다. 그런데 건물 신축 과정에서 A씨와 B씨 사이에 갈등이 생겼고, B씨는 A씨 건물 출입구 바로 앞에 블록 담장을 쌓아버렸습니다. 담장 때문에 A씨는 건물 출입이 매우 불편해졌고, 결국 B씨를 상대로 담장 철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B씨의 담장 설치 행위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담장을 철거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왜 권리남용일까요?

땅 주인은 자신의 땅을 사용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 행사가 지나쳐 이웃에게 고통을 주고, 본인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으며,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면 '권리남용'으로 인정되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민법 제2조 제2항).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여 B씨의 행위가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담장의 용도: 담장은 A씨 건물 출입구를 봉쇄하는 목적 외에는 다른 용도가 없었습니다.
• 통행의 불편: 담장과 건물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아 통행이 매우 불편했습니다.
• 주민들의 통행: 인근 주민들이 해당 통로를 이용하고 있었고, 다른 건물들도 해당 통로 쪽으로 출입문을 내고 있었습니다.
• B씨의 이익 부재: 담장 설치로 B씨가 얻는 이익은 거의 없었고, 담장을 철거해도 B씨 땅 사용에 지장이 없었습니다.
• 토지의 용도: B씨 땅에는 이미 다른 건물이 있었고, 통로 부분은 다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도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B씨는 자신의 땅이라는 이유로 A씨의 건물 사용을 방해하고 고통을 주기 위해 담장을 설치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민법 제2조 제2항 (신의성의의 원칙):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 민법 제214조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 소유자는 그 소유에 속하지 아니하는 물건이 그 소유물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
• 대법원 1973. 8. 31. 선고 73다91 판결: 건물 소유권에 기한 방해제거청구권 행사 가능성에 대한 판례
•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0422 판결: 권리남용의 요건 및 판단 방법에 대한 판례

이 사례는 땅 주인이라도 자신의 권리를 무제한 행사할 수 없으며, 이웃에게 과도한 피해를 주는 행위는 권리남용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웃과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