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장비 통신 제어 특허, 진보성 인정될까?

네트워크 장비들 사이의 통신을 제어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 분쟁 사례를 소개합니다. 특허의 핵심은 장비들을 그룹으로 묶어 통신을 제어하는 기술인데요, 기존 기술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기술인지, 즉 "진보성"이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특허법 제29조 제2항)

핵심 내용은 기존 기술들을 단순히 조합한다고 해서 무조건 진보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이전 판례(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에서도 여러 기술을 합쳐 특허를 받으려면, 단순 조합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는데요. 기존 기술에 그런 조합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거나, 당시 기술 수준에서 누구나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조합이라면 진보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특허의 일부 청구항(제8항)은 진보성이 인정되었지만, 다른 청구항(제14항)은 진보성이 부정되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8항: 이 청구항은 장비 그룹 상호간의 통신 제어 기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기존 기술에는 그룹 내부의 통신 제어 기술은 있었지만, 그룹 상호간 통신을 제어하는 기술이나 그 아이디어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제8항은 기존 기술에서 쉽게 도출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진보성을 인정했습니다.

제14항: 이 청구항은 특정 주소로 오는 패킷을 다른 주소로 전달하는 기술(패킷 포워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기존 기술에는 이미 패킷 릴레이 기술(비교대상발명 1)과 특정 주소로의 통신을 차단하는 기술(비교대상발명 3)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두 기술을 결합하면 제14항의 기술이 쉽게 구현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진보성을 부정했습니다. 즉, 통상의 기술자가 기존 기술들을 보고 제14항과 같은 기술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특허를 받으려면 기존 기술을 단순히 조합하는 것을 넘어, 그 분야의 전문가도 쉽게 생각해내지 못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