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9.12.24

일반행정판례

농림사업 지원 대상 선정, 행정기관 마음대로 바꿔도 될까?

정부에서 지원하는 농림사업,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기준이 뭔지 궁금하신 분들 많으시죠? 오늘은 농림사업 지원 대상 선정과 관련된 행정기관의 재량권에 대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씨는 농림사업의 일환으로 건조저장시설(DSC) 사업자로 인정받아 정부 지원을 받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농림수산식품부가 공표한 '2008년도 농림사업시행지침서'에는 없던 '시·군별 건조저장시설 개소당 논 면적 1,000ha 이상'이라는 기준을 새롭게 적용하여 A씨의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A씨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A씨는 시장이 상급기관 지침에 없는 기준을 새로 만들어 적용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농림수산식품부 지침서에 명시된 요건만 충족하면 사업자로 선정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사업을 준비했는데, 시장이 갑자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서 신뢰를 깨뜨렸다는 것이죠. 이는 행정의 자기구속의 원칙과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A씨의 주장입니다.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에서는 A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상급기관의 지침(행정규칙)은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 기준일 뿐, 국민에게 직접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해당 지침이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적용되어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졌다면, 국민은 그 지침대로 처리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고, 행정기관은 이러한 믿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생깁니다(신뢰보호의 원칙). 이 경우에는 지침을 위반하는 행정처분은 위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2008년도 농림사업시행지침서'가 반복적으로 적용되어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볼 수 없고, 지침서가 공표되었다고 해서 A씨가 사업자로 선정될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을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쌀 시장 개방화에 따른 경쟁력 강화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시·군별 DSC 개소당 논 면적 1,000ha 이상' 요건을 추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시장의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행정절차법 제4조 제2항: 행정청은 법령등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 당사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 행정소송법 제27조: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한다.
  • 대법원 1995. 5. 23. 선고 94도2502 판결
  •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7다88828, 88835 판결

결론

이 판례는 행정규칙의 효력과 한계, 그리고 행정기관의 재량권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상급기관의 지침을 위반했다는 사실만으로 행정처분이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며, 행정관행이나 신뢰보호의 원칙, 그리고 공익적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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