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무지 만들려면 허가부터! 절이기만 해도 불법?

단무지, 새콤달콤 짭조름한 맛으로 김밥, 자장면 등 여러 음식에 빠지지 않는 감초 같은 존재죠. 그런데 이 단무지를 만들기 전, 무를 소금에 절이는 과정만으로도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단무지 제조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 회사가 단무지를 만들기 위해 절임식품류 제조업 허가를 신청했지만, 허가가 나오기 전에 미리 무를 두 번에 걸쳐 소금에 절였습니다. 이 회사는 단무지 완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고, 단순히 무를 절인 것뿐이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죠. 과연 그럴까요?

법원은 이 행위가 불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왜냐하면 식품위생법(제22조 제1항)에 따르면 단무지처럼 절임식품을 제조하려면 절임식품류 제조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식품의 제조·가공에 사용되는 원료식품을 가공하려면 원료식품 가공업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원료식품"의 정의입니다. 법원은 원료식품이란 식품 제조에 사용되는, 완제품이 아닌 것이라고 봤습니다. 즉, 무를 소금에 절이는 행위는 비록 최종 제품인 단무지가 아니더라도, 단무지 제조의 중간 과정이고, 이 과정에서 무는 원료식품으로 가공된 것이므로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원료식품은 꼭 먹을 수 있는 상태일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회사는 허가 없이 원료식품을 가공한 것이 되어 법을 위반한 셈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무를 소금에 절인 것뿐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법적으로는 원료식품 가공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단무지 제조 과정에서도 식품위생법을 준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단무지 완제품뿐 아니라 제조 공정 하나하나에도 관련 법규가 적용된다는 사실, 꼭 기억하세요!

참조조문: 식품위생법 제22조 제1항, 제74조,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제1항, 제9조 제2항,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1987.12.22. 선고 87도1449 판결, 1990.4.10. 선고 89도135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