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권 없이 계약했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계약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에게 대리권이 없었다면? 당황스럽고 억울하겠죠. 이런 상황에서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례 소개

원고는 피고가 어떤 땅 주인의 대리인이라고 생각하고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맺었습니다. 등기도 마쳤죠. 그런데 알고 보니 피고는 진짜 땅 주인에게서 대리권을 받은 게 아니었습니다. 땅 주인은 등기 말소 소송을 걸어 승소했고, 원고는 돈을 날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책임을 물었지만, 원심 법원은 피고의 잘못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진짜 땅 주인을 사칭한 제3자의 사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대법원의 판단

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135조 제1항을 근거로 피고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민법 제135조 제1항: 타인의 대리인으로 계약을 한 자가 그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또 본인의 추인을 얻지 못한 때에는 상대방의 선택에 좇아 계약의 이행 또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

대법원은 이 조항에 따른 무권대리인의 책임은 무과실책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대리인에게 잘못이 있었는지 따질 필요 없이 대리권이 없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62. 4. 12. 선고 4294민상1021 판결 참조)

설령 제3자가 사기를 쳐서 무권대리 행위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대리인은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제3자에게 속아서 대리권이 없는 상태로 계약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핵심 정리

• 대리권 없이 계약한 사람은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 이는 대리인의 잘못이 있든 없든 마찬가지다 (무과실책임).
• 제3자의 사기 때문에 대리권 없이 계약했다 하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번 판례는 대리 계약 시 대리권 확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대리인을 통해 계약할 때는 반드시 대리권을 꼼꼼히 확인해야 예상치 못한 손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