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0.04.09

형사판례

돈 빌려주고 주식 담보로 받았는데, 채무자가 그 주식 팔아버렸다면? 배임죄일까?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자금이 급하게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돈을 빌리면서 자신이 가진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만약 돈을 빌린 사람이 담보로 제공한 주식을 맘대로 팔아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빌려준 사람 입장에서는 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지니 화가 나고, 배신감마저 들 텐데요. 이런 경우 돈 빌린 사람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 회사는 B 회사에 돈을 빌려주면서 B 회사 대표이사 개인이 소유한 C 회사 주식을 담보로 받았습니다 (양도담보). 그런데 B 회사 대표이사는 A 회사 몰래 다른 곳에서 돈을 빌리면서 담보로 제공했던 C 회사 주식을 또 담보로 제공하고 팔아버렸습니다. A 회사는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B 회사 대표이사를 배임죄로 고소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B 회사 대표이사가 A 회사에 대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르면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손해를 가했을 때 성립합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B 회사 대표이사의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돈을 빌리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일반적인 계약 관계이고, 채무자가 담보물의 가치를 유지해야 할 의무는 있지만, 이것이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죠. 즉, 채무자가 단순히 담보물을 훼손하는 행위만으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타인의 재산 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해 대행하는 경우처럼 당사자 사이에 신임 관계가 존재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에서는 이러한 신임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죠.

(참고) 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건들에서도 일관되게 같은 법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5도8332 판결, 대법원 2020. 3. 27. 선고 2018도14596 판결). 특히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문제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결론

돈을 빌려주고 주식을 담보로 받았더라도, 채무자가 그 주식을 처분했다고 해서 바로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채무자가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하는데, 단순한 금전 대차 관계에서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물론 다른 법률적 문제는 발생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배임죄로 처벌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형사판례

주식 양도담보 설정자가 담보물을 처분해도 배임죄가 될까?

돈을 빌리면서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사람이 그 주식을 처분하더라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

#양도담보#배임죄#주식 처분#타인의 사무

형사판례

돈 빌려주고 담보 받았는데, 빌린 사람이 담보를 멋대로 처분했다면? 배임죄일까?

돈을 빌려준 채권자에게 빚진 사람(채무자)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자신의 동산(예: 선박)을 담보로 제공했는데, 채무자가 그 담보물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린 경우 배임죄가 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양도담보#담보물 처분#배임죄#불성립

형사판례

돈 빌려주고 담보 설정했는데, 빌린 사람이 담보를 팔아버렸다면? 배임죄일까?

돈을 빌려주고 채무자가 담보로 제공한 동산(예: 자동차)에 저당권을 설정했는데, 채무자가 그 담보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린 경우, 채무자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입니다.

#담보#배임죄#저당권#채권

형사판례

자동차 담보 잡고 돈 빌려줬는데, 딴 데 팔아버렸다면? 배임죄일까?

돈을 빌리면서 자동차를 담보로 제공한 후, 채무자가 이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린 경우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단순히 돈을 빌리고 갚는 채권·채무 관계에서는 채무자가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 볼 수 없기 때문.

#자동차#양도담보#처분#배임죄

형사판례

돈 빌려주고 담보로 채권 받았는데, 채무자가 그 채권을 또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렸다면? 배임죄일까?

돈을 빌리면서 다른 채권을 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그 담보를 다른 사람에게 또 양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 단순히 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것일 뿐, 타인의 재산 관리를 위탁받은 것은 아니라는 판단.

#채권양도담보#배임죄#대법원#판결

형사판례

돈 빌려준 사람에게 배임죄로 고소당했어요! 억울해요!

돈을 빌려주고 채무자가 소유한 동산을 담보로 받았는데, 채무자가 담보를 처분해 버렸더라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돈을 빌려준 채권자와 돈을 빌린 채무자의 관계는 단순한 계약 관계이지, 채무자가 채권자의 재산을 관리하는 신임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담보 처분#배임죄 불성립#채권자-채무자 관계#신임 관계 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