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1.06.11

민사판례

딸에게 건물 지을 땅 빌려줬다가 경매로 넘어가니 철거하라는 아버지, 과연 괜찮을까요?

오늘은 가족 간의 토지 사용 승낙과 건물 철거 소송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땅을 빌려줘 건물을 짓게 했다가, 그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자 철거를 요구하는 상황, 과연 정당한 권리 행사일까요? 아니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일까요?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한 아버지(원고)가 자신의 딸(소외인)에게 땅을 빌려주어 건물을 짓게 했습니다. 딸은 아버지의 승낙을 받아 건축 허가를 받고 건물을 지었고, 소유권 등기도 딸의 명의로 마쳤습니다. 그런데 딸의 채무 때문에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 제3자(피고)가 낙찰받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갑자기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건물 철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은 아버지의 건물 철거 요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였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아버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단순히 딸에게 건물 신축을 허락했을 뿐, 그 이상의 권리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즉, 딸에게 땅을 빌려준 것은 맞지만, 제3자인 경매 낙찰자에게까지 건물의 존재를 용인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아버지가 딸에게 땅 사용을 승낙하고 건축 허가까지 받게 해준 점, 건물이 상당한 규모의 견고한 건물인 점, 그리고 경매라는 특수한 사정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소유권만을 주장하여 건물 철거를 요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민법 제2조)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딸이 건물을 지을 당시 아버지가 상당 기간 건물의 존립을 용인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딸에게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을 넘어, 그 건물의 사용과 존립을 상당한 기간 보장한다는 묵시적인 약속이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2심 법원으로 돌려보내며 다음과 같은 추가 심리를 요구했습니다.

  • 딸이 건물을 신축하게 된 경위
  • 아버지가 땅 사용을 승낙하게 된 경위와 내용
  • 아버지가 건물 철거를 요구하게 된 경위

즉, 대법원은 단순히 법적인 소유권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사정과 관계, 건물 신축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 판례는 단순히 법적인 권리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관계, 신뢰, 그리고 사회적 정의와 형평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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