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미콘 회사, 이름 비슷하면 빚도 갚아야 할까? 상호 속용과 영업양도 이야기

레미콘 회사를 운영하던 A사가 갑자기 문을 닫고 B사가 비슷한 이름으로 같은 자리에서 레미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A사에 돈을 빌려줬던 사람들이 돈을 받지 못하자 B사에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습니다. B사는 "우리는 A사와 다른 회사인데 왜 우리가 빚을 갚아야 하나요?"라며 반발했습니다. 과연 B사는 A사의 빚을 갚아야 할까요? 오늘은 영업양도와 상호 속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영업양도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기계나 건물만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넘겨주는 것을 말합니다.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 즉 유기적으로 조직화된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 전체를 넘겨줘야 영업양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레미콘 회사라면 레미콘 제조 시설, 거래처, 영업 노하우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0128 판결,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다35085 판결)

상호 속용이란 무엇일까요?

영업을 양도받은 회사가 이전 회사의 상호와 비슷한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상법 제42조 제1항은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영업양수인에게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채무에 대해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왜 비슷한 상호를 쓰면 빚을 갚아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기업의 신용은 기업의 재산을 보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영업양도 후에도 비슷한 상호를 사용하면, 겉으로 보기에 회사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바뀐 것을 알기 어렵고, 돈을 빌려준 회사가 없어진 것도 모른 채 돈을 돌려받을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법은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회사에도 빚을 갚을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0128 판결)

이름이 얼마나 비슷해야 상호 속용으로 볼 수 있을까요?

완전히 똑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주요 부분이 공통되면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 '주식회사 파주레미콘'과 '파주콘크리트 주식회사'는 '파주'라는 지역명이 공통되고, '레미콘'과 '콘크리트'는 모두 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사업임을 나타내므로 주요 부분이 공통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카12100 판결)

결론

위 사례에서 B사는 A사의 영업을 양수하고 비슷한 상호를 사용했으므로, A사의 빚을 갚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영업양도와 상호 속용에 관한 법리는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업을 양수도할 때는 상호 사용에 신중해야 합니다. 상호를 비슷하게 사용하면 예상치 못한 빚을 떠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참고) 상법 제42조 제1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