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이서 같이 범죄를 저지르면 모두 똑같이 처벌받나요? (공모공동정범)

여러 사람이 함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가담한 정도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망을 보거나 도구를 제공하는 등 겉으로 보기에 작은 역할을 했더라도, 범죄를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모두 똑같은 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공모공동정범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은 어떻게 판단할까요? 꼭 범죄 계획을 세우는 자세한 회의를 하거나, 역할 분담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만 하는 걸까요?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은밀하게 서로 의사가 통했거나, 범죄의 목적에 대해 넓은 범위에서든, 세세한 부분까지든 서로 간에 의사 전달이나 인식이 있었다면 충분히 공모관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즉, 범죄 실행 전에 구체적인 모의 과정이 없었더라도, 암묵적인 동의나 이해만으로도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형법 제30조)

실제로 신용협동조합 총회에서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직원들이 위임장을 위조한 사건에서,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위임장 확보를 강하게 독려했고, 직원들은 이사장의 의중을 알고 위조된 위임장을 사용했습니다. 이 경우 이사장은 위조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조 사실을 묵인하고 독려한 행위만으로도 공모공동정범으로 인정되어 처벌받았습니다. (대법원 1984.6.11. 선고 83도3120 판결, 1990.6.22. 선고 90도767 판결, 1991.6.11. 선고 91도985 판결 참조)

즉, 여러 사람이 함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직접 실행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할 의사가 있었다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