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가 침을 놓는 것은 불법일까요?

의료 행위는 당연히 의사만 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의료기사에게도 일부 의료 행위가 허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물리치료사가 있죠. 그런데 물리치료사가 침을 놓는 행위는 허용될까요? 오늘은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의원에서 물리치료사가 의사의 지시를 받아 환자의 옆구리에 침을 여러 개 꽂았습니다. 이에 검사는 물리치료사와 의사 모두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기소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물리치료사의 행위가 의사의 지시 아래 이루어졌고, 물리치료사의 업무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1985. 5. 14. 선고 84도2888 판결 참조)

대법원은 의료기사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며, 의료기사는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의료 행위 중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적은 특정 분야에 한하여,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자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의사의 지도 아래 제한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의료법 제25조 제1항,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제1조, 제2조, 제3조)

특히 물리치료사의 업무 범위는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시행령 제2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온열치료, 전기치료, 광선치료, 수치료, 기계 및 기구치료, 마사지, 기능훈련, 신체교정운동 및 재활훈련 등 물리요법적 치료업무로 한정됩니다. 즉, 인체 외부에 물리적인 힘이나 자극을 가하는 치료만 허용되는 것이지, 약물 투입이나 인체에 생물학적 또는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위험이 있는 치료, 수술적 치료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물리치료사가 침을 꽂는 행위는 피부 아래에 있는 신경 조직 등에 영향을 미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입니다. 단순히 외부에서 자극을 가하는 물리요법적 치료라고 볼 수 없으며, 물리치료사의 전문 지식 범위를 벗어납니다. 비록 전기자극 치료를 위해 침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침을 꽂는 행위 자체는 전기자극 치료와는 별개의 행위이며, 다른 방법으로 전극을 연결할 수도 있으므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물리치료사의 침을 놓는 행위가 물리치료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의료법 제25조 제1항,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제3조,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시행령 제2조 제1항 제3호)

결론

이 판례를 통해 물리치료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히 제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리치료사가 침을 놓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 의료 행위이므로, 환자들은 물리치료를 받을 때 치료사의 면허 종류와 치료 행위의 적법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