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5.01.22

민사판례

민주화운동 보상금과 재심 무죄, 그 후 국가배상은 가능할까?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분들의 명예 회복과 피해 보상을 위해 국가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에 따라 보상을 받은 후,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은 경우 추가적인 국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1974년, 개헌 지지 성명에 참여했던 몇몇 문인들은 불법 체포, 고문 등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고 옥살이를 했습니다. 이후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고, 시간이 흘러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들은 과거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다수의견: 보상금 수령 = 재판상 화해, 추가 배상 불가

대법원 다수의견은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수령은 재판상 화해(민사소송법 제220조)와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즉, 이미 보상을 받았다면 이는 국가와의 화해로 간주되어, 이후 불법 체포, 고문 등으로 인한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는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 비록 재심에서 무죄가 나왔더라도, 애초에 보상금 신청 자체가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모든 피해'에 대한 것이었으므로, 불법적인 수사 과정에서의 피해도 여기에 포함된다는 논리입니다.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다45603 판결 참조)

소수의견: 재심 무죄는 '사정 변경', 추가 배상 가능

반면 소수의견은 재심 무죄 판결은 '사정 변경'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상금을 받을 당시에는 유죄 판결이 유효했고, 재심 무죄 가능성을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상금 수령 당시에는 '무죄 판결 이후 추가로 발생할 정신적 손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재심 무죄 확정 후에는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의 취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론 및 시사점

이번 판결은 민주화보상법의 해석과 국가 배상 책임의 범위에 대한 중요한 쟁점을 제기합니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보상금 수령 후 재심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추가 배상은 어려워집니다. 이는 행정 절차의 효율성과 보상금 제도의 안정성을 중시한 판단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소수의견처럼 재심 무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과거사 청산과 피해자 구제라는 측면에서, 향후 관련 법률 개정 및 판례 변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조조문: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9조, 제10조, 제14조, 제18조,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의2, 제20조

참조판례: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다45603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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