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과도한 종교활동, 이혼 사유가 될까요?

배우자가 종교에 너무 심취해서 가정에 소홀히 한다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심지어 사이비 종교라면 더욱 걱정되겠죠. 종교 활동 때문에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면, 이혼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네, 가능합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배우자의 과도한 종교활동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 근거는 민법 제840조 제6호에 있습니다. 이 조항은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종교활동이 이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모든 경우에 이혼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판례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이혼이 인정된 사례 (대법원 1996. 11. 15. 선고 96므851 판결): 아내가 신앙생활에만 전념하며 가사와 육아를 소홀히 해 혼인 파탄에 이르렀다면, 그 책임은 아내에게 있다고 판단하여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즉, 종교 활동 때문에 부부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면 이혼 사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 이혼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 (대법원 1981. 7. 14. 선고 81므26 판결): 신앙생활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었음에도 배우자가 부당하게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강요해서, 어쩔 수 없이 신앙생활을 택하게 되어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면, 양자택일을 강요한 배우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아 이혼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즉, 종교 활동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배우자의 부당한 강요가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법원은 단순히 종교활동 자체만으로 이혼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종교활동의 정도, 가정생활에 미치는 영향, 배우자의 태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특히, 종교 활동으로 인해 가정생활이 어느 정도 파탄되었는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배우자의 과도한 종교활동으로 힘든 상황이라면, 전문가와 상담하여 자신의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종교활동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이혼을 청구하기보다는, 그로 인해 혼인 관계가 어떻게 파탄되었는지 구체적인 증거와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