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 배서가 엉망이라면? 내 돈 받을 수 있을까?

약속어음!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받기로 약속한 증서죠. 그런데 이 어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 필요한 절차가 있는데 바로 배서입니다. 배서란 어음 뒷면에 서명하고 넘겨주는 행위인데, 마치 릴레이처럼 착착 넘겨져야 합니다. 만약 중간에 배서가 잘못되면 돈을 받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오늘은 배서가 제대로 안 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는 B에게 돈을 빌려주고 약속어음을 받았습니다. B는 이 어음을 C에게 넘겼는데, 배서 과정에서 날인을 빠뜨리는 실수를 했습니다. C는 이 어음을 다시 D에게 넘겼고, D는 A에게 돈을 달라고 소송을 걸었습니다.

쟁점

날인이 누락된 배서는 무효입니다. 그렇다면 D는 A에게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D는 비록 배서는 잘못되었지만, 실제로 돈을 주고 어음을 샀으니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D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비록 배서가 잘못되었지만, C가 D에게 돈을 받고 어음을 넘긴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D는 돈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배서가 잘못된 경우, 단순히 어음을 넘겨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돈을 받을 권리가 생기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D가 돈을 받으려면, 어음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넘겨받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즉, 지명채권 양도 방식에 따라 권리를 넘겨받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어음 채무자(A)에게 양도 사실을 통지하거나 채무자의 승낙을 받아야 합니다(민법 제450조 제1항). 2심 법원은 이 부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배워야 할 점

어음을 거래할 때는 배서가 제대로 되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배서가 잘못되면 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배서에 문제가 있다면, 지명채권 양도 방식에 따라 권리 이전을 증명하고,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승낙을 받는 등의 추가적인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관련 법 조항

• 어음법 제12조 제3항, 제16조, 제77조 제1항 제1호
• 민법 제450조 제1항

참고 판례

• 대법원 1989. 10. 24. 선고 88다카20774 판결
• 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다7024 판결
•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다5837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