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2.09.27

민사판례

어음 추심 위임했는데, 은행이 유치권 주장한다면?

회사가 부도 위기에 놓여 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 채권자들은 자기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유치권입니다. 오늘은 어음 추심을 위임받은 은행이 유치권을 주장한 사례를 통해 유치권 배제 특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 회사는 B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습니다. A 회사는 C 회사로부터 받은 어음을 B 은행에 추심 위임했습니다. 그런데 A 회사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자 B 은행은 추심 위임받은 어음에 대해 자신에게 상사유치권(상인 간의 상행위로 발생한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채무자 소유의 물건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이 있다고 주장하며 어음 금액만큼의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했습니다. A 회사의 관리인은 이를 부인했고, 법정 다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쟁점

  • 추심 위임만으로 유치권이 배제되는 묵시적 약정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가?
  • B 은행의 여신거래기본약관에 채무자의 어음을 점유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것이 유치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가?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추심 위임을 했으니, B 은행은 추심한 돈을 A 회사에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고, 유치권을 행사하면 이 의무에 어긋나므로 유치권이 배제되는 묵시적 약정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상사유치권은 상법 제58조에 따라 당사자 간의 특약으로 배제할 수 있지만, 그 특약은 명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단순히 추심 위임만으로는 유치권 배제 특약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B 은행의 약관에는 채무 불이행 시 채무자의 어음을 점유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이는 오히려 유치권 행사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추심 위임만으로 유치권 배제 특약이 있다고 본 원심 판결은 잘못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핵심 정리

  • 상사유치권은 상법 제58조에 따라 특약으로 배제할 수 있다.
  • 유치권 배제 특약은 묵시적 약정으로도 가능하지만, 명확한 의사가 있어야 한다.
  • 단순히 어음 추심 위임만으로 유치권 배제 특약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약관에 채무자의 어음을 점유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면, 오히려 유치권 행사 의지가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결론

이 판례는 상사유치권 배제 특약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단순한 행위만으로 유치권 배제 특약이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되며, 당사자 간의 명확한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특히 약관에 유치권 행사를 암시하는 조항이 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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