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0.12.12

민사판례

어음할인과 보증인의 책임, 담보는 어디까지?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종종 보증인을 세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돈을 빌린 사람이 갚지 못하면 보증인이 대신 갚아야 하는 책임이 생기죠. 그런데 만약 은행이 자신의 잘못으로 돈을 빌린 사람에게서 돈을 회수할 기회를 놓쳤다면, 보증인은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률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사례 소개

'을'이라는 사람이 사업 자금이 필요해서 '갑'을 보증인으로 세우고 은행에서 돈을 빌렸습니다. 이때 을은 타인이 발행한 약속어음을 은행에 주고, 은행은 이 어음을 할인해 현금을 을에게 지급했습니다. 쉽게 말해, 아직 만기가 되지 않은 어음을 은행에 팔고 그 대금을 미리 받은 것이죠. 이것을 어음할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을이 부도가 나자 은행은 어음을 발행한 사람에게 돈을 받으려고 했지만, 절차상의 실수로 돈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은행은 보증인인 갑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고, 갑은 은행의 실수 때문에 자신이 돈을 갚아야 한다는 사실에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갑은 "은행이 제대로 처리했으면 어음 발행인에게서 돈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은행의 잘못으로 돈을 받을 기회를 잃었으니 나는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은행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민법 제485조는 채권자(여기서는 은행)의 고의나 과실로 담보가 상실되거나 감소된 경우, 보증인은 그만큼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사건에서 은행이 잘못 처리한 어음은 '담보'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어음할인 거래는 어음을 사고파는 매매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음 자체는 거래의 목적물일 뿐, 을의 채무를 담보하는 담보물은 아니라는 것이죠. 따라서 은행이 어음을 잘못 처리해서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이는 민법 제485조에서 말하는 '담보의 상실'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보증인 갑은 여전히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6. 6. 11. 선고 96다2064 판결 참조)

핵심 정리

  • 어음할인은 어음을 사고파는 매매 거래입니다.
  • 어음할인 거래에서 어음은 거래의 목적물이지, 채무를 담보하는 담보물은 아닙니다.
  • 따라서 은행이 어음을 잘못 처리해서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는 민법 제485조의 담보 상실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 이 경우 보증인은 여전히 채무 변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관련 법 조항: 민법 제485조

이 글은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법률 문제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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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적 보증#보증인 책임#책임 제한#어음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