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지갑에서 몰래 카드를 꺼내 돈을 뽑았다면 절도죄일까요? 생각보다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데요. 오늘은 현금카드 무단 사용과 관련된 법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핵심은 '불법영득의사'
타인의 물건을 허락 없이 사용하는 경우, 단순히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불법영득의사'의 유무입니다. 불법영득의사란 타인의 물건을 자기 소유물처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의도를 말합니다.
어떤 경우에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물건의 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소모되거나, 사용 후 물건을 돌려주지 않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경우 등에는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봅니다 (대법원 1984. 4. 24. 선고 84도311 판결, 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도1959 판결, 대법원 1992. 4. 24. 선고 92도118 판결). 쉽게 말해, 물건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돌려줄 생각 없이 사용했다면 절도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현금카드는 어떨까?
오늘 소개할 판례는 현금카드 무단 사용에 대한 흥미로운 판단을 보여줍니다. 피해자로부터 잠시 지갑을 받은 피고인이 몰래 현금카드를 꺼내 돈을 인출한 후 바로 카드를 돌려준 사건입니다. 이 경우, 법원은 피고인에게 현금카드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왜냐하면 현금카드 자체의 경제적 가치는 돈을 인출했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카드를 훔쳐서 계속 소유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단순히 돈을 인출한 행위만으로는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형법 제329조).
결론
물론 돈을 몰래 인출한 행위 자체는 잘못된 행동입니다. 하지만 형법상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현금카드의 경우 카드 자체를 훔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절도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참고) 이 글에서 다룬 판례는 서울지법 1998. 7. 28. 선고 98노5068 판결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관련 법 조항은 형법 제329조입니다.
형사판례
타인의 직불카드를 허락 없이 사용하여 돈을 이체했더라도 카드 자체를 곧바로 돌려줬다면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형사판례
타인의 신용카드를 허락 없이 가져다 현금을 인출했더라도 곧바로 돌려주었다면 절도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죄는 성립할 수 있다.
형사판례
누군가에게서 직불카드를 빼앗아 그 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면 강도죄뿐만 아니라 절도죄도 성립한다.
형사판례
남을 속여서 받은 현금카드로 돈을 인출한 경우, 카드 주인을 속여서 돈을 빼낸 것이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하고, 은행 돈을 훔친 절도죄나 인출한 돈을 횡령한 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입니다.
형사판례
아는 사람의 차를 허락 없이 잠깐 운전하고 돌려놓았다면, 차량의 경제적 가치를 훼손하거나 오랫동안 돌려주지 않을 의도가 없었다면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입니다. 단순히 사용만 했을 뿐, 영구적으로 소유하려는 의사(불법영득의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형사판례
훔친 카드로 자기 계좌에 돈을 이체한 후 현금을 인출한 행위는 절도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