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5.05.27

민사판례

정당 대변인 발언, 어디까지 허용될까?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 사이

정치판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흔하죠. 특히 선거철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당 대변인이 상대 정당이나 정치인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표현을 사용했다면, 이는 명예훼손에 해당할까요?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의 대변인은 한나라당 내부에 정치공작팀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국가정보원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국사모'라는 단체가 한나라당과 연계하여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된 공작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죠. '국사모' 소속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들은 이 발표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정당 대변인 발언의 명예훼손 여부

이 사건의 핵심은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 논평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설령 명예훼손에 해당하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 논평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그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정당 대변인의 발언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다소 단정적인 어법이나 수사적 과장이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국민들 역시 이러한 발언을 그대로 객관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정치적 공세의 일환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따라서 정당의 정치적 주장은 구체적인 정황의 뒷받침 없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단정적인 어법이나 수사적 과장이 사용되었다 하더라도 쉽게 명예훼손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당시 사회적 분위기, '국사모'와 한나라당의 관계에 대한 언론 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해당 발언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관련 법 조항 및 판례

  • 민법 제751조 (명예훼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헌법 제21조 제4항 (언론·출판의 자유)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다64384 판결
  •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다62494 판결

이 판결은 정당 활동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의 충돌 속에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사례로, 정치적 논평의 특수성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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