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1.05.28

민사판례

종중 땅, 내 땅? 복잡한 소유권 분쟁 이야기

오늘은 복잡한 종중 땅 소유권 분쟁에 대한 법원 판결 이야기를 쉽게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경주 정씨 양경공파 비룡종중(이하 '원고 종중')이 피고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이 된 땅은 두 필지의 임야였는데, 원고 종중은 이 땅이 원래 종중 땅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종중 땅을 종손이었던 소외 1에게 명의신탁했는데, 소외 1이 사망한 후 피고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기 명의로 등기를 넘겨갔다는 것이죠. 또 다른 한 필지 역시 종중 땅인데 피고가 허위 보증인을 내세워 자기 명의로 등기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원고 종중은 1978년 종중 회의에서 이 땅을 피고에게 명의신탁하기로 결의하고 등기 명의를 피고와 종중원 대표들의 공동명의로 하기로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피고가 공동명의 등기를 해주지 않고 땅을 처분하려고 하자,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1심 법원은 1978년에 열렸다는 종중 회의는 원고 종중의 적법한 회의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일부 종중원만 참석한 회의였기 때문이죠. 따라서 원고 종중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1심 법원이 원고 종중 주장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1심은 1978년 회의가 적법한 종중 회의가 아니라는 점에만 집중했지만, 원고 종중은 그 회의가 비록 부적법하더라도 나중에 종중이 추인했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원고 종중의 규약에도 '1978년 2월 22일 전후의 구전으로 전수된 언약을 추인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즉, 원고 종중은 "1978년 회의가 적법했다"는 주장만 한 것이 아니라, "설사 부적법하더라도 추인했으니 유효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는데, 1심이 이 부분을 간과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원고 종중이 해당 회의 결의를 추인했는지, 추인했다면 그 효력은 어떤지, 명의신탁 계약이 실제로 있었는지 등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1심 판결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관련 법조항:

  • 민법 제139조 (대리권 없는 자의 처분행위의 추인) 본인이 대리권 없는 자의 처분행위를 추인한 때에는 그 효력이 처음부터 생긴다.
  • 민사소송법 제183조 (처분권주의) 법원은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 민사소송법 제188조 (석명권) 법원은 소송의 진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사항에 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거의 제출을 명할 수 있다.
  • 민사소송법 제193조 (자백간주) 당사자가 변론에서 상대방이 주장한 사실을 명백히 다투지 아니한 때에는 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본다. 다만,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그 사실을 다투지 아니하는 것이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사례는 종중 재산을 둘러싼 분쟁에서 추인의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단순히 회의가 적법했는지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비록 절차상 문제가 있더라도 나중에 추인이 있었다면 그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복잡한 법적 분쟁에서는 당사자들의 주장을 꼼꼼히 살펴보고 정확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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