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 땅을 멋대로 팔아넘기는 일, 생각만 해도 속 터지는 일이죠. 더군다나 팔아넘긴 사람이 종중 어른이라면? 가족끼리니까 좋게좋게 넘어가자는 분위기 속에서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정말로 종중이 그 매매를 인정한 걸까요? 오늘은 종중 땅의 무단 처분과 추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C는 D 종중 소유의 땅을 허락 없이 팔아버렸습니다. 종중에서는 10년 넘게 이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심지어 일부 종중원들은 C의 어려운 생활 형편 때문에 그랬을 거라고 이해한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종중이 C의 행동을 묵시적으로 추인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검찰은 그렇게 주장했지만, 법원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단순히 오랜 시간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거나, 일부 종중원의 동정적인 발언만으로는 종중이 땅 매매를 묵시적으로 추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판시사항 가, 판결요지 가) 종중의 공식적인 의사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함부로 추인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만약 종중이 공식적으로 C의 행위를 추인한다면 어떨까요? 법원은 그럴 경우 매매는 처음부터 유효한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습니다. (판시사항 나, 판결요지 나) 무권대리인의 행위라도 본인이 추인하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민법의 원칙 (민법 제130조, 제132조, 제133조) 이 종중에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도 여럿 존재합니다 (대법원 1965.10.26. 선고 65다1677 판결, 1981.4.14. 선고 80다2314 판결, 1981.4.14. 선고 81다151 판결).
핵심 정리
결론
종중 땅은 소중한 재산입니다. 개인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종중 재산 처분은 반드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묵인했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하세요!
민사판례
종중 재산은 원칙적으로 종중 규약이나 총회 결의를 거쳐 처분해야 하지만, 간접적인 증거로도 적법한 처분임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명의신탁자가 신탁 부동산을 매도하는 것은 타인의 권리 매매가 아닙니다.
민사판례
종중 회장이 총회 결의 없이 임의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종중 규칙을 바꿔 이사회 결의만으로 종중 땅을 팔았다면 그 처분은 무효입니다. 종중 땅은 모든 종중원의 것이므로, 규칙이나 총회 결의를 거쳐야만 처분할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대리권 없이 타인의 이름으로 계약한 경우라도, 진짜 주인(본인)이 나중에 그 계약을 인정하는 행동을 하면(묵시적 추인), 그 계약은 유효하게 됩니다.
민사판례
종중이 스스로 부적법한 회의 결의를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경우, 법원은 그 결의 자체의 효력뿐 아니라 종중의 추인 여부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민사판례
형이 동생들 몰래 땅을 팔았는데, 동생들이 이 사실을 알고도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심지어 땅에 있던 조상의 묘까지 이장한 경우, 동생들이 형의 행위를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
상담사례
종중 땅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매매한 명의수탁 종원은 각각 별개의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