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3.07.13

민사판례

채권자대위소송, 내 돈 받으려다 엉뚱한 곳을 두드린 꼴?!

혹시 채권자대위소송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내 돈을 빌려간 채무자가 돈이 없어 갚지 못할 때, 채무자가 다른 사람에게 받을 돈이 있다면 그 돈을 대신 받아내는 소송입니다. 쉽게 말해, 내 채무자의 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거죠. 마치 돈을 돌려받기 위한 징검다리 같다고 할까요?

그런데 이 징검다리가 엉뚱한 곳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발단:

돌아가신 아버지(망 소외 2)가 생전에 땅을 가지고 있었는데, 원고들은 이 땅이 실제로는 돌아가신 형(망 소외 1)의 땅인데 아버지에게 명의신탁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형의 채권자 자격으로, 아버지의 상속인들 일부와 땅을 가로챈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즉, 형의 상속인들의 권리를 대신 행사해서 피고에게 땅의 소유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이죠. 이것이 바로 채권자대위소송입니다.

법원의 판단:

하지만 법원은 형이 아버지에게 땅을 명의신탁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즉, 원고들이 주장하는 '형의 채권자'라는 지위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된 것이죠.

대법원은 이런 경우 채권자대위소송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징검다리의 시작점이 사라진 셈이니, 건널 수 없다는 것이죠. 이런 소송은 부적법해서 각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404조, 민사소송법 제226조)

재밌는 점은, 원심 법원에서는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각하하지 않고 '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기각은 소송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원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내려지는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잘못이지만, 결과적으로 기판력(확정판결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굳이 파기하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쉽게 말해, "잘못된 판결이긴 하지만, 다시 재판해도 결과는 똑같으니 그냥 넘어가자"는 것이죠.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406조) 이 부분은 대법원 1992.10.9. 선고 92다11046 판결 등 여러 판례에서 일관되게 언급된 내용입니다. (대법원 1981.8.21. 선고 81마292 결정, 1992.11.24. 선고 91다29026 판결 등 참조)

핵심 정리:

  • 채권자대위소송에서 대위할 채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각하되어야 합니다.
  • 잘못된 판결이라도 결과에 영향이 없다면 굳이 파기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판례를 통해 채권자대위소송을 진행하기 전에 '대위할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받기는커녕 시간과 노력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으니까요.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민사판례

채권자대위소송, 내 돈 받아내려 했는데… 이럴 수가?

빌린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에게 다른 사람에 대한 채권이 있을 때,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하여 그 채권을 행사하는 것을 채권자대위소송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채무자에게 그러한 채권이 없다면, 채권자는 대위소송을 할 수 없고 소송은 각하됩니다.

#채권자대위소송#대위할 채권#소 각하

민사판례

내 돈 돌려줘! 채권자대위소송, 함부로 하면 안 되는 이유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채무자를 대신하여 소송을 내는 것을 '채권자대위소송'이라고 합니다. 이 판례는 채권자대위소송을 하려면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만약 그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소송 자체가 잘못된 것이므로 각하되어야 합니다.

#채권자대위소송#대위권#소의 각하#당사자 적격

민사판례

내 땅인데 왜 내 맘대로 못해?! 채권자대위소송과 함정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원래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면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각하된다는 판례.

#채권자대위소송#권리 없음#각하#명의신탁

민사판례

채권자대위소송? 내 돈 받으려면 알아두세요!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이 돈을 빌려간 사람(채무자)에게 받을 돈이 있는데, 채무자가 다른 사람(제3채무자)에게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하여 제3채무자에게 돈을 청구하는 것을 채권자대위소송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채권자가 애초에 채무자에게 받을 돈이 없다면 채권자대위소송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채권자대위소송#채권자#채무자#제3채무자

상담사례

내 돈 받으려면 먼저 내 권리가 있어야죠? 채권자대위소송 이야기

채권자대위소송을 하려면 채무자에게 받을 돈(피보전채권)이 확실히 존재해야 한다.

#채권자대위소송#피보전채권#채무자#권리

민사판례

채권자대위소송에서 대위할 권리가 없다면? 소송은 어떻게 될까?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이 돈을 빌려간 사람(채무자)에게 받을 돈이 있는데, 채무자가 다른 사람(제3채무자)에게 돈을 받을 권리가 있을 때,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하여 제3채무자에게 돈을 청구하는 것을 채권자대위소송이라고 합니다. 이 판례는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받을 돈이 없다면 채권자대위소송은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채권자대위소송#대위할 채권 부존재#소각하#민법 제404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