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가 한국 회사에 기술을 제공하고 돈을 받았다면, 한국에서 세금을 내야 할까요? 얼핏 당연해 보이지만, 기술이 '특허'와 관련된 경우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가 됩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쟁점 1: 한국에 등록되지 않은 해외 특허 사용료는 국내 세금 대상인가?
미국 회사가 한국에 특허를 등록하지 않고, 단순히 기술을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는 경우, 이 돈에 대해 한국에서 세금을 매길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 입니다.
법인세법은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사용되는 특허권에 대한 대가만 국내원천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법에는 해외에서 등록된 특허라도 한국에서 사용되면 국내에서 등록된 것처럼 본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미 조세협약이 이러한 국내법보다 우선 적용됩니다.
한미 조세협약은 특허권의 효력이 특허 등록 국가에 한정된다는 '속지주의' 원칙을 따릅니다. 즉, 한국에 등록되지 않은 미국 특허는 한국에서 보호받지 못하며, 그 사용료 또한 한국에서 세금을 매길 수 없습니다. 특허권 침해 자체가 한국에서 발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두8641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2두18356 판결,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두42883 판결 참조)
쟁점 2: 특허 아닌 기술 정보 제공에 대한 사용료는 국내 세금 대상인가?
만약 미국 회사가 특허가 아닌, '비밀 노하우'나 '비공개 기술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았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는 예 입니다.
법인세법은 특허권과 별개로 산업상, 상업상, 과학상 지식이나 경험에 대한 정보 또는 노하우를 국내에서 사용하는 대가를 국내원천소득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특허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그 대가가 지급되었다면 과세 대상입니다.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두8641 판결 참조)
한미 조세협약 역시 저작권, 비밀공정, 비밀공식 등과 유사한 재산이나 권리의 사용료가 한국 내에서 지급되면 한국 내 원천소득으로 간주합니다.
결론
해외 특허 사용료에 대한 과세 여부는 해당 특허의 국내 등록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국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 사용료는 국내 세금 대상이 아니지만, 특허가 아닌 기술 정보나 노하우 제공에 대한 사용료는 과세 대상입니다. 이번 판결은 국제 거래에서 발생하는 세금 문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관련 법 조항:
세무판례
미국 회사가 한국에서 등록하지 않은 미국 특허를 한국 기업이 사용한 경우, 그 사용료는 한국에서 세금을 매길 대상(국내원천소득)이 아닙니다.
세무판례
미국 회사가 한국에 등록하지 않고 미국에만 등록한 특허권과 관련하여 받은 돈은 한국에서 세금을 낼 소득(국내원천소득)이 아니다.
세무판례
국내 기업이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에 수출했는데, 그 제품이 해외에서 특허권을 침해하여 해외 특허권자에게 사용료를 지급한 경우, 그 사용료는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이 아니므로 국내 세법에 따른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다.
세무판례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으로부터 받은 손해배상금은 국내에서 세금을 매기는 소득(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
세무판례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특허를 침해하여 미국 기업에 지급한 배상금은 한국에서 세금을 매길 대상인 국내 원천소득이 아니다.
세무판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특허 사용료 중, 한국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에 대한 사용료는 국내에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판결입니다. 또한, 세금 환급 요청(경정청구)은 실제 소득을 받는 주체가 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세무서가 다른 권리에 대한 사용료는 과세 대상이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