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4.02.08

형사판례

해고근로자의 노조 활동과 건조물침입죄

오늘은 해고근로자의 노조 활동과 관련된 법적인 문제와 회사 점거 상황에서의 건조물침입죄 성립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판결은 해고 이후 복직 투쟁을 하던 근로자의 노조 활동에 대한 법적 해석과 회사 점거 상황에서의 행위에 대한 판단을 담고 있습니다.

1. 해고근로자의 노조 활동: 제3자 개입 금지 위반인가?

이 사건에서 해고근로자는 복직을 요구하며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 노조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노동조합법 제12조의2에서 금지하는 제3자의 개입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12조의2는 사용자가 아닌 제3자가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원심은 해고근로자가 법적 절차 외에도 협의를 통해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라면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복직이라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상황에서의 활동은 제3자 개입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적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고된 근로자라도 법원이나 노동위원회 등 법적 절차를 통해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에만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죠. (대법원 1990.11.27. 선고 89도1579 전원합의체 판결; 1992.2.11. 선고 91도134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대법원은 유인물 내용, 활동 정도, 노조와의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해당 근로자의 행위는 자신의 복직 요구를 주장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제3자 개입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 자체는 유지되었습니다.

2. 회사 점거 상황에서의 건조물침입죄

이 사건에서 해고근로자는 노조원들이 회사를 점거하고 있을 때 노조 임시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검찰은 이를 건조물침입죄 (형법 제319조)로 기소했습니다.

피고인은 1심에서 침입 사실을 자백했지만, 원심에서는 자백을 번복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의 자백은 양형을 위한 것이라며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해고근로자들이 평소 회사 출입증을 받아 출입했던 점을 근거로 회사의 암묵적인 승낙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백의 신빙성 판단 기준을 제시하며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자백의 내용, 동기, 경위, 정황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2.6.12. 선고 92도873 판결; 1988.4.12. 선고 88도17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자백 외에도 목격자 진술 등이 있었기에 자백의 신빙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회사의 암묵적 승낙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회사 업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의 출입만 허용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회사가 점거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의 출입은 허용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해고근로자의 유인물 배포 행위는 제3자 개입으로 보기 어렵지만, 회사 점거 상황에서의 사무실 출입은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해고근로자의 노조 활동과 관련된 법적 쟁점과 건조물침입죄의 성립 요건에 대한 중요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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