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2.05.28

일반행정판례

화장지 가격 담합, 진실은 무엇일까?

오늘은 화장지 제조업체들의 가격 담합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대기업들이 은밀하게 가격을 맞춰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담합 행위! 과연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실제 있었던 법정 공방을 통해 그 판단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과점 시장과 가격 담합

먼저 '과점 시장'이라는 용어를 알아야 합니다. 과점 시장은 소수의 기업이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형태를 말합니다. 화장지 시장처럼 말이죠. 이런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가격을 비슷하게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바로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입니다.

법은 어떻게 담합을 판단할까?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19조)

예전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1999년 개정 전) 제19조 제5항은 담합을 추정하는 조항을 담고 있었습니다. 두 개 이상의 기업이 가격을 함께 정하고, 이것이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면, 굳이 더 이상의 증거 없이도 담합했다고 추정하는 것이죠. 즉, 가격을 맞춘 정황과 그로 인해 시장 경쟁이 제한된 사실만 입증되면 담합으로 간주한다는 의미입니다.

가격 동조화, 담합일까 아닐까?

자, 그럼 화장지 제조업체들이 같은 가격을 받았다면 무조건 담합일까요?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약 시장을 주도하는 선발 업체가 가격을 정하고, 후발 업체들이 단순히 그 가격을 따라간 것이라면 담합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를 '가격 모방'이라고 합니다.

핵심은 후발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따라갔는지, 아니면 선발 업체와 사전에 합의했는지 입니다. 단순히 가격을 따라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담합을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후발 업체들이 서로 짜고 선발 업체 가격을 따라했다면 후발 업체들 사이의 담합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0두6107 판결)

판례를 통해 본 담합 판단

실제로 화장지 제조업체들의 가격 담합 소송에서 법원은 1차 가격 인하 및 인상은 단순한 가격 모방으로 판단했습니다. 선발 업체의 가격 변동을 후발 업체들이 따라간 것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죠.

그러나 2차, 3차 가격 인상은 달랐습니다. 모든 업체가 같은 시기에 가격 인상을 결정하고, 실행 시점까지 같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이는 단순한 가격 모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담합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0두6107 판결, 대법원 2002. 3. 15. 선고 99두6514, 6521 판결)

결론

과점 시장에서 가격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무조건 담합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격 변동의 시기, 빈도, 업체 간의 관계 등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담합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가격 결정 과정에서 사전 교감이나 합의가 있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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