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2.12.11

민사판례

확정판결과 불법행위, 그 미묘한 경계

법원의 판결, 특히 확정판결은 법적 분쟁을 종결짓는 강력한 효력을 가집니다. 그렇다면 만약 확정판결의 내용이 실제 사실관계와 다를 경우, 그 판결에 따른 집행은 불법행위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은 확정판결에 따른 집행과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대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젖소를 둘러싼 복잡한 채권 관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피고는 소외 1에게 돈을 빌리고 젖소를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그 후 소외 1은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젖소를 소외 3에게 팔고, 피고에게 젖소 반환 청구권을 양도했습니다. 이에 소외 3은 원고 등과 함께 피고로부터 젖소를 가져갔습니다.

피고는 소외 1, 소외 2, 그리고 원고를 상대로 젖소 인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원고 등이 피고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원고는 항소를 포기했고, 1심 판결은 원고에 대해서만 확정되었습니다.

소외 1 등은 항소했고, 항소심에서는 피고의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즉, 항소심에서는 원고와 같은 행위를 한 소외 1 등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후 피고는 확정된 1심 판결에 따라 원고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항소심 판결을 통해 자신에게도 청구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제집행을 했다며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의 강제집행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핵심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확정판결은 그 자체로 집행력을 가지며, 판결 내용이 실제 사실관계와 다르더라도 그 판결에 따른 집행은 원칙적으로 적법합니다. 확정판결에 따른 집행이 불법행위가 되려면, 판결을 얻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소송 관여를 방해하거나 법원을 속이는 등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부정한 방법으로 판결을 얻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확정판결의 내용이 실제 권리관계와 다르고, 피고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원고가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은 것 역시 원고 자신의 선택이며, 피고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습니다.

관련 법 조항 및 판례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대법원 1991.2.26. 선고 90다6576 판결: 확정판결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고 집행채권자가 이를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집행행위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결론

이 판례는 확정판결의 강력한 효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확정판결에 기한 집행이 불법행위가 되기 위한  '특별한 사정', 즉 판결을 얻는 과정에서의 부정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판결이 부당해 보이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통해 얻어진 확정판결이라면 그에 따른 집행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원칙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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