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1.11.25

민사판례

35년간 병원 운영 후 지상권 말소? 신의칙 위반!

의료법인이 자기 땅에 있는 건물에서 30년 넘게 병원을 운영해 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건물 소유주인 지자체를 상대로 지상권 말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요? 대법원은 "안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용인시에 위치한 의료법인 A는 자기 소유의 토지에 지자체 B가 건물을 짓도록 하고, B에게 지상권을 설정해주었습니다. 이후 A는 B와 위탁경영 계약을 맺고 35년간 해당 건물에서 병원을 운영했습니다. 그러던 중 A는 갑자기 지상권 설정 당시 의료법에 따른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상권 말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및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A의 지상권 말소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였습니다.

  • 신의칙이란? 민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 상대방의 정당한 신뢰를 깨뜨리는 방식으로 권리를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 강행규정 위반과 신의칙 원칙적으로 강행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이며, 당사자가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 위반이 아닙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신의칙을 적용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무효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될 수 있습니다.

  • 의료법 제48조 제3항 의료법인이 재산을 처분하려면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강행규정입니다. 이는 의료법인의 재산을 보호하여 의료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A의 지상권 말소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A는 스스로 지상권 설정 등기를 하고 35년간 병원을 운영해 왔으며, 심지어 지상권 존속기간 연장까지 했습니다. 이는 B에게 지상권을 인정한다는 신뢰를 준 행위입니다.

  2. A가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상권이 필수적이며, 지상권 설정 자체가 A의 설립 목적과 의료법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3. 지상권 변경 계약에 대한 시·도지사의 허가는 A가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A는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려 한 것입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A의 지상권 말소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참고 조문 및 판례

  • 민법 제2조 제1항
  • 의료법 제48조 제3항
  • 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2406 판결
  • 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3다63937 판결
  •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52712 판결

이번 판결은 법률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비록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상대방의 정당한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는 법원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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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주인#건물 철거#신의성실#권리 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