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 내 불법 골프연습장, 철거해야 할까?

태릉 국제종합사격장 내에 설치된 골프연습장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합니다. 300m 사격 종목이 국제대회에서 제외되면서 사용되지 않던 사격장 부지를 활용해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게 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사격장 운영 재단은 기존 건물을 크게 변경하지 않고 최소한의 시설만 추가하여 골프연습장을 만들었고, 북부교육구청으로부터 수익사업 허가도 받았습니다. 심지어 1991년에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할 구청에 골프연습장업 신고를 하고 신고필증까지 받았습니다.

문제는 이 골프연습장이 개발제한구역 내에 위치해 있다는 점입니다.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이나 용도변경, 공작물 설치 등이 엄격히 제한됩니다. 구청은 처음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나서야 골프연습장이 도시계획법 및 건축법에 위반된 불법 건축물이라며 철거를 명령했습니다.

1심과 2심에서는 골프연습장 시설이 불법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기존 사격장 시설을 크게 변형하지 않았고 주변에 다른 건물도 없어 공익을 크게 해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철거 명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단 측은 사격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골프연습장을 운영했고, 주변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골프연습장이 도시계획법 및 건축법을 위반한 무허가 시설이고,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어 합법화될 가능성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불법 시설을 그대로 두면 불법 건축물 단속에 대한 행정력을 약화시키고, 법규를 회피하는 것을 조장하여 공익을 심히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대법원은 불법 건축물을 용인할 경우 다른 사람들도 법을 어기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여, 비록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더라도 법을 어긴 시설은 철거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참조조문: 행정대집행법 제2조 (대집행의 요건)

이 판결은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 건축물에 대한 단호한 법 집행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목적과 불법 건축물 단속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