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의 '직무'와 수뢰후부정처사죄의 '부정한 행위', 그리고 공소장 변경 없는 사실인정

안녕하세요. 오늘은 뇌물죄와 수뢰후부정처사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특히 '직무'와 '부정한 행위'의 의미, 그리고 공소장 변경 없이 법원이 사실인정을 할 수 있는 요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피고인인 경찰관이 도박장 개설 및 도박 범행을 묵인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고, 이후에도 단속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피고인은 당시 교통계에 근무하고 있어 도박범행 수사를 직접 담당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뇌물죄의 '직무'

대법원은 뇌물죄에서 '직무'란 단순히 법령에 정해진 직무만이 아니라, 공무원이 직위에 따라 공무로 담당할 모든 직무를 포함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담당 업무가 아니더라도, 경찰관으로서 범죄 예방, 진압, 수사라는 일반적인 직무권한을 가진 이상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피고인이 교통계 소속이라는 사실은 뇌물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1995. 9. 5. 선고 95도1269 판결, 1996. 1. 23. 선고 94도3022 판결 등)

대법원의 판단 - 수뢰후부정처사죄의 '부정한 행위'

수뢰후부정처사죄의 '부정한 행위'란 직무에 위배되는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단순한 직무행위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직무와 관련 있는 행위까지 포함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뇌물을 받고 도박장 단속을 하지 않았는데, 이는 경찰관의 직무에 위배되는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관련 법 조항: 형법 제129조, 제131조)

대법원의 판단 - 공소장 변경 없는 사실인정

이 사건에서 원심은 공소장에 기재된 뇌물 수수 방법과 다르게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공소장에는 피고인이 직접 뇌물을 받았다고 기재되어 있었지만, 원심은 피고인이 직접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해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면,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이 동일한 범위 내에서는 공소장 변경 없이 법원이 사실을 다르게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뇌물 수수라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고, 수수 방법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98 판결, 2002. 3. 15. 선고 2001도970 판결 등, 관련 법 조항: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298조)

결론

이번 판결을 통해 뇌물죄의 '직무'는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며, 수뢰후부정처사죄의 '부정한 행위' 역시 직무와 관련된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공소장 변경 없이 법원이 사실인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