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0.06.24

형사판례

명의신탁된 농지를 함부로 팔았다면 횡령죄일까?

오늘은 명의신탁과 횡령죄에 관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특히 농지와 관련된 복잡한 사례인데요, 핵심은 누가 농지를 '보관'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느냐입니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형법 제355조 제1항)이기 때문이죠.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A 회사(물품제조 회사)는 공장 진입로 확보를 위해 B씨 명의로 농지를 매입했습니다. 즉, A 회사가 실소유자이고 B씨는 명의만 빌려준 명의수탁자였죠. 그런데 B씨가 이 농지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렸습니다. 검찰은 B씨를 횡령죄로 기소했습니다.

쟁점은 B씨가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재판부는 B씨에게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A 회사는 애초에 농지를 소유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농지개혁법(현재는 농지법)에 따르면 제조업 회사는 농지를 취득할 수 없었고, 농지 매매에 필요한 증명도 발급받을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A 회사와 농지 소유자 사이의 매매계약 자체가 무효였습니다. (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다18232 판결, 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7다46565, 46572 판결 등 참조)

  2. B씨는 '보관자'가 아니었습니다.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동산의 경우, 단순히 등기 명의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보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 있어야 합니다. A 회사가 애초에 농지를 소유할 수 없었기 때문에 B씨와 A 회사 사이에 위탁관계가 성립할 수 없었고, B씨는 농지를 유효하게 처분할 권능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B씨는 횡령죄의 주체인 '보관자'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082 판결 참조)

핵심 정리

  • 농지를 불법으로 취득한 경우, 명의수탁자는 횡령죄의 주체인 '보관자'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단순한 점유가 아니라 위탁관계에 따른 점유를 의미하며, 부동산의 경우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 있어야 합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형법 제355조 제1항
  •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2조, 제19조(현행 농지법 제8조 참조)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082 판결
  • 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다18232 판결
  • 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7다46565, 46572 판결
  •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이 판례는 명의신탁과 횡령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판례입니다. 특히 농지와 관련된 명의신탁은 법적인 제약이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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