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6.06.11

민사판례

무신용장 방식 화환어음 매입, 대출인가 매매인가?

수출입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는 화환어음! 그중에서도 신용장 없이 거래하는 무신용장 방식의 화환어음 매입을 둘러싼 은행과 기업 간의 법적 분쟁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핵심 쟁점은 은행이 이러한 어음을 매입하는 행위가 대출인지 아니면 매매인지, 그리고 어음 지급이 거절되었을 때 은행은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한 수출기업이 은행과 무신용장 방식의 화환어음 매입 약정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은행은 해당 어음을 매입하고 기업에게 돈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어음이 지급 거절되자, 은행은 이를 대출로 간주하고 기업과 연대보증인에게 대출금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쟁점은 과연 이 거래가 대출인지 매매인지 여부였습니다. 만약 대출이라면 은행은 대출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지만, 매매라면 어음법에 따른 소구권이나 약정에 따른 환매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은행과 수출기업 간에 체결된 '수출거래약정서'에는 어음 지급 거절 등 특정 사유 발생 시 수출기업이 은행에 어음을 다시 사는, 즉 환매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약정의 존재를 근거로 은행의 어음 매입을 매매로 판단했습니다. 즉, 은행은 어음을 매입한 것이지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은행은 대출금 반환 청구가 아닌, 어음법 제43조에 따른 소구권이나 수출거래약정서에 따른 환매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민법 제563조는 매매의 일반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은행여신거래 기본약관'과 '여신한도거래약정서'를 근거로 대출임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기본약관은 일반적인 여신거래 원칙을 규정한 것일 뿐, 이 사건처럼 특정 약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해당 약정이 우선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신한도거래약정서 역시 계속적인 어음 매입을 위한 약정일 뿐, 어음 매입 자체의 법적 성격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무신용장 방식의 화환어음 매입 시, 환매특약이 있는 경우 은행의 어음 매입은 매매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은행은 대출금 반환 청구가 아닌, 어음법상 소구권이나 환매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 판례는 대법원 1985. 2. 13. 선고 84다카1832 판결(공1985, 421)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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