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4.05.13

형사판례

아파트 이중분양, 피해자별로 배임죄 따져봐야

오늘은 아파트 이중분양과 관련된 법원의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건은 한 아파트 건설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피고인이 여러 사람에게 같은 아파트를 이중으로 분양하고, 회사 채권자들을 위해 이미 분양된 아파트에 근저당을 설정해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친 사건입니다.

쟁쟁한 법리 공방: 포괄일죄 vs 수개의 배임죄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중분양으로 인한 배임 행위를 '포괄일죄'로 볼 것인지, 아니면 피해자별로 '수개의 배임죄'로 볼 것인지였습니다.

  • 1심: 피고인은 이전에도 유사한 이중분양으로 기소된 적이 있었는데, 1심 법원은 이전 사건과 이번 사건이 '포괄일죄'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여러 건의 배임 행위가 하나의 죄로 묶이는 것이죠. 이미 이전 사건으로 처벌받을 위험이 있으니, 이번 사건은 따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 2심: 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습니다. 2심 법원은 1심과 달리 이번 사건과 이전 사건은 별개의 죄, 즉 '수개의 배임죄'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이 이번 사건에서 유죄라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 대법원: 대법원은 2심의 판단 중 일부는 옳지만, 절차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각 피해자가 아파트를 분양받을 권리가 있었으므로, 피해자별로 보호받아야 할 법적 이익이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비록 범행 시기가 비슷하고 범행 수법이 같더라도, 피해자가 다르면 각각 별개의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전 사건과 이번 사건은 포괄일죄가 아니라는 2심의 판단은 옳았습니다. (대법원 1993.6.22. 선고 93도743 판결 참조)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이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하지 않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소기각 판결이 위법하다면, 2심은 형사소송법 제366조에 따라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1심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대법원 1961.7.26. 선고 4292형상756 판결; 1962.1.11. 선고 4293형상883 판결 참조) 결국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1심으로 환송했습니다.

핵심 정리:

  • 아파트 이중분양과 같이 피해자가 여러 명인 경우, 피해자별로 독립된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6조, 제37조)
  • 공소기각 판결이 위법한 경우, 항소심은 형사소송법 제366조에 따라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1심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3호, 제366조)

이번 판결은 아파트 이중분양 사건에서 피해자별로 배임죄를 판단해야 한다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복잡한 법리 다툼 속에서 피해자 보호라는 법의 근본적인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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