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살펴볼 사례는 그 중에서도 경찰관이 연루된 뇌물수수 사건입니다. 단순히 금품을 받은 것만으로 뇌물죄가 성립하는 걸까요? 핵심은 바로 '직무관련성'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한 재건축조합에서 조합장 직무대행자에 대한 진정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경찰관이 있었는데, 그는 진정인 측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재건축 설계업체로 선정되고 싶어하던 건축사사무소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았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경찰관의 직무는 '진정 사건 수사'이고, 건축사사무소 선정은 그의 직무가 아니므로 직무관련성이 없어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뇌물죄에서 중요한 것은 **'직무집행의 공정성과 사회적 신뢰'**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돈을 받은 행위가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할 정도라면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것이죠. 개별적인 직무행위와 직접적인 대가 관계가 없어도, 사회 일반의 시각에서 직무의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형법 제129조, 제133조)
이 사건에서 경찰관은 진정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진정인 측과 여러 차례 접촉하며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받은 돈은 진정인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처리해달라는 부탁과 연관되어 있었죠. 대법원은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찰관이 받은 돈과 그의 직무인 진정사건 수사 사이의 관련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00. 1. 21. 선고 99도4940 판결,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도4737 판결 참조)
결국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이 판례는 뇌물죄의 '직무관련성'을 판단할 때, 단순히 직무의 범위만 볼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식될지,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형사판례
금융기관 임직원이 받은 돈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 직무 관련성이 애매한 경우에도 뇌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관련 사건 일부가 무죄일 때 유죄 부분의 판결도 다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입니다.
형사판례
경찰관이 기업으로부터 돈과 향응을 받았지만, 그 직무와 관련성이 없어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사례. 또한, 불법적인 목적으로 받은 돈을 다른 곳에 쓰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
형사판례
재개발 사업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임원이 시공사 선정 청탁 대가로 돈을 받은 경우, 비록 돈이 직접 본인 계좌가 아닌 다른 회사 계좌로 들어왔더라도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또한, 뇌물 전달 과정에 관여한 사람에게 일부 금액이 지급되었더라도, 뇌물을 받은 사람에게 뇌물 전액을 추징해야 한다.
형사판례
시 도시계획국장이 건설회사에 하도급을 받도록 알선해주고 돈을 받은 행위는 뇌물죄에 해당한다.
형사판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조합 임원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임직원은 공무원으로 간주되어 뇌물죄가 적용되는데, 이때 뇌물죄 성립 요건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몇 가지 중요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형사판례
재건축조합장은 법적으로 공무원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건설업자가 조합장에게 직무와 관련된 금품을 제공하면 부정한 청탁이 없어도 뇌물공여죄가 성립합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죄는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성립하는데, 이때 '부정한 청탁'의 기준은 뇌물죄보다 덜 엄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