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6.03.12

민사판례

친목 모임도 재산을 가질 수 있을까? - 비법인사단의 성립과 재산 귀속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다 보면 회비를 모아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을 사거나, 함께 돈을 모아 투자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모임이 해체되거나 분쟁이 생기면 이렇게 모인 재산은 누구의 소유가 될까요? 단순 친목 모임도 법적으로 '단체'로 인정받아 재산을 소유할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판례는 종중과 유사한 비법인사단의 성립 요건과 그 재산의 귀속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비법인사단, 꼭 정식 절차를 밟아야만 만들어질까?

비법인사단이란 법인처럼 정식으로 등록된 단체는 아니지만,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동창회, 종친회, 향우회 등이 있습니다.

이번 판례(대법원 1994. 10. 26. 선고 93나41005 판결)에서 대법원은 비법인사단이 성립하기 위해 반드시 정관을 만들거나 정식 조직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정식 절차 없이도 공동의 목적을 위해 재산을 형성하고, 대표자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해왔다면 단체로서의 실체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31조 참조)

모임 만들기 전 재산, 누구에게 돌아갈까?

이 판례에서 다뤄진 사례는 특정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 조상의 제사를 지내고 친목을 도모하던 모임이었습니다. 이들은 함께 돈을 모아 공동묘지를 마련하고 관리해왔습니다. 이후 분쟁이 발생하자 이 땅의 소유권을 두고 법적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대법원은 이 모임이 정식으로 조직을 갖추기 전, 즉 창립총회 이전부터 공동묘지를 마련하고 관리해 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 형성된 재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나중에 만들어진 정식 조직에 귀속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정식 모임이 만들어지기 전에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이룬 재산은 나중에 만들어진 모임의 소유가 된다는 뜻입니다.

이 판결은 비법인사단의 재산 귀속 문제에 대한 중요한 판례로, 대법원 1991. 8. 27. 선고 91다16525 판결, 대법원 1994. 6. 28. 선고 92다36052 판결, 대법원 1994. 9. 30. 선고 93다27703 판결 등에서도 유사한 법리가 적용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법원은 형식적인 절차보다 실질적인 활동과 목적을 중시하여 비법인사단의 존재와 재산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친목 모임이라도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지속적인 활동을 한다면, 그 활동을 통해 형성된 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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