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의 땅에 오랫동안 조상의 묘를 모셔온 경우, 해당 토지에 대한 권리를 취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분묘기지권과 그 시효취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분묘기지권이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조상의 묘를 돌보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남의 땅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마치 건물을 짓기 위해 남의 땅을 빌려 쓰는 지상권과 비슷한 개념으로, 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일종의 물권입니다. 등기를 하지 않아도 성립하며, 타인의 방해를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권리입니다.
분묘기지권, 어떻게 취득할까?
토지 소유주의 승낙을 받아 묘를 설치하거나, 승낙 없이 설치했더라도 20년간 평온하고 공연하게 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시효에 의해 분묘기지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 오랜 관습이었습니다.
쟁점: 장사법 이후에도 20년 시효취득, 유효할까?
2001년 1월 13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이 시행되면서 분묘 설치 기간을 제한하고,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는 분묘 설치에 대한 권리 주장을 제한하는 등 묘지 관련 법률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 때문에 장사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도 20년 시효취득이 유효한지 논란이 되었습니다.
대법원 다수의견: 장사법 이전 분묘, 시효취득 인정!
대법원 다수의견은 장사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는 기존 관습법에 따라 20년 시효취득을 인정했습니다. 장사법 부칙에 따르면, 분묘 설치 기간 제한 등의 새로운 규정들은 장사법 시행 이후 설치된 분묘에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즉,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과거에 형성된 권리를 소급해서 없애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것입니다. 또한 화장률 증가 등 장묘문화에 변화가 있지만, 여전히 매장문화도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고, 분묘기지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여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반대의견: 사유재산권 침해! 시효취득 부정해야!
반면 반대의견은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헌법 정신과 현행 민법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에 대한 20년 시효취득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토지 소유자의 권리의식이 높아졌고, 매장 중심의 장묘문화도 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장사법 시행으로 무단 설치 분묘에 대한 권리 주장이 제한된 것은 분묘기지권 시효취득 관습에 대한 사회적 확신이 사라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판결의 의의
이번 판결은 장사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는 20년 시효취득을 인정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한편, 앞으로는 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더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참조조문: 헌법 제23조 제1항, 제119조 제1항, 민법 제1조, 제106조, 제185조, 제186조, 제197조 제1항, 제211조, 제245조 제1항, 제247조 제2항, 제248조, 제279조 외 다수
참조판례: 대법원 1957. 10. 31. 선고 4290민상539 판결 외 다수
민사판례
남의 땅에 허락 없이 설치한 묘라도 20년 이상 그 자리를 점유하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생겨 묘 주인이 토지 소유자에게 묘를 옮기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묘가 일시적으로 없어지더라도 유골이 남아있다면 분묘기지권은 유지됩니다.
민사판례
남의 땅에 허락 없이 설치된 분묘라도 20년 이상 평온하고 공연하게 관리하면 분묘기지권을 얻을 수 있으며, 이 권리는 등기 없이도 성립합니다. 다만, 봉분처럼 외부에서 분묘임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민사판례
남의 땅에 묘를 설치했다고 그 땅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묘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땅을 사용할 권리(분묘기지권)가 인정된다.
상담사례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묘지는 20년 이상 관리 시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인정되어 토지 소유자의 철거 요구에도 유효하다.
민사판례
타인 소유의 땅에 분묘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그 땅 전체를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땅의 점유는 단순히 분묘 설치 여부만이 아니라, 해당 토지를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상담사례
타인 토지에 묘를 설치하고 20년간 평온・공개적으로 관리하면 묘와 제사 등에 필요한 주변 땅에 대한 사용권인 분묘기지권이 성립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