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1.02.09

형사판례

공무원 의제와 뇌물죄, 어디까지 처벌할 수 있을까?

한국도로공사 건설사업소장으로 일하던 피고인 A씨는 몇몇 시공업체로부터 2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검찰은 A씨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4조에 따라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정부관리기업체 간부이므로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돈을 받았을 당시에는 이미 한국도로공사를 퇴직하고 고속도로관리공단 상무로 재직 중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특가법은 한국도로공사 간부직원을 공무원으로 보지만, 고속도로관리공단 간부직원은 공무원으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씨가 고속도로관리공단 상무로 재직 중 받은 돈은 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하여 상고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법 제12조의2, 제13조의3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의 업무를 위탁받은 고속도로관리공단 직원도 공무원으로 의제될 수 있고, A씨가 받은 돈은 한국도로공사 사업소장 시절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므로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려면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90. 10. 26. 선고 90도1229 판결, 1996. 5. 10. 선고 96도755 판결, 1999. 4. 9. 선고 98도667 판결, 2000. 7. 28. 선고 98도455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공소장에는 A씨가 특가법 제4조에 따라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한국도로공사 건설사업소장 시절 뇌물을 받았다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법에 따라 고속도로관리공단 상무로 재직하며 이전 직무와 관련하여 돈을 받은 혐의는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는 한, 한국도로공사법에 따른 뇌물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었습니다 (대법원 1984. 8. 14. 선고 84도1139 판결 참조).

즉, 검찰이 A씨를 기소할 당시 적용한 법률과 A씨의 지위가 법원의 판단에서 변경될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공소장 변경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이 사건은 공무원 의제 규정의 해석과 적용, 그리고 공소사실의 동일성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원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사례입니다.

관련 법 조항:

  •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298조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 형법 제129조 제1항
  • 한국도로공사법 제12조의2, 제13조의3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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