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업체들이 "공무원에 작업해놔서 입주권 나올 게 확실하다"라고 말하며 돈을 받고 입주권을 팔았는데, 알고 보니 그런 계획이 전혀 없었다면?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요? 오늘 살펴볼 판례는 이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사건의 개요
기획부동산 업자들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다가구주택을 팔면서 구청 공무원과의 유착을 통해 도시계획시설 사업으로 수용될 예정이라 입주권이 나올 것이 확실하다고 홍보했습니다. 이에 속은 피해자들은 입주권 매매대금 명목으로 억대의 돈을 지불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도시계획 사업은 없었고, 피해자들은 입주권을 받지 못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기획부동산 업자들의 주장이 단순한 과장광고인지, 아니면 사기죄에 해당하는 기망행위인지 여부였습니다.
원심 판결
1심과 2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거짓말을 해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돈을 편취했다고 판단, 사기죄를 인정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입주권이 나올 가능성이 불투명했음에도 확실하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상품의 광고에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가 있더라도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정도라면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3도5728 판결,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4도45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입주권 판매 사업을 하면서 서대문구청장 등에게 뇌물을 주고 도움을 받은 사실, 이 사건 홍제동 다가구주택도 매수 단계에서부터 구청장의 도움을 받은 사실 등을 근거로, 피고인들의 주장이 허위이긴 하지만 사기죄의 기망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구청장과의 유착관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의 발언이 상거래 관행에서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과장을 넘어서는 기망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상품의 과장광고와 사기죄의 기망행위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단순한 과장광고는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으며, 거래에 있어 중요한 사항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을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해야만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적용 법조항
참고 판례
형사판례
부동산 업체가 지자체의 용역 보고서만을 근거로 확정되지 않은 개발계획을 마치 확정된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하여 토지를 매도한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한다. 상품 광고에서 어느 정도의 과장은 용인되지만, 중요한 사항에 대해 거래상 신의성실 의무를 저버릴 정도로 허위 정보를 제공하면 사기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빌딩 분양 과정에서 수분양자들과 이면계약을 맺고 이를 금융기관에 숨겨 대출금을 편취한 사건에서, 숨긴 행위가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하는지, 관련자들이 공모했는지 여부를 다룬 판례입니다.
민사판례
지역주택조합 가입과 관련하여 조합원 모집 광고의 허위·과장성, 시공사의 책임 범위, 계약 해제 가능성 등이 다투어진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고(조합원)들의 청구를 기각하고, 광고가 기망행위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으며, 시공사는 조합과 공동책임을 지지 않고, 계약 해제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민사판례
아파트 분양 광고에 허위·과장 내용이 있을 경우, 최초 분양받은 사람이 아닌 중간에 분양권을 산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또한, 분양 광고 내용 중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단순 광고로 간주되어 계약 위반으로 볼 수 없다.
형사판례
아파트 분양 시 평수를 다소 과장해서 광고했더라도, 분양가 결정이나 계약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그 광고가 실제 계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사기죄로 볼 수 없다는 판결.
민사판례
이 판례는 예비적 공동소송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명확히 하고, 단순히 여러 피고에게 청구를 한다고 해서 모두 예비적 공동소송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는 채무자들을 상대로 한 소송은 예비적 공동소송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또한, 기망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다른 구제수단이 존재하더라도 성립한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