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외국 대사관 건물이 우리나라 땅을 침범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했고, 최근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국가도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한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발단: 몽골 대사관과 이웃 토지
몽골은 1998년 서울 용산구에 있는 땅과 건물을 매입하여 대사관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2015년, 바로 옆 토지를 매입한 A사는 몽골 대사관 건물이 자신의 땅을 약 11㎡ 침범했고, 추가로 19.9㎡를 부속토지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A사는 몽골을 상대로 건물 철거, 토지 인도, 그리고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국가는 다른 나라 법원의 재판을 받지 않는 "국가면제" 원칙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모든 행위가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가 사적인 개인처럼 행동하는 "사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재판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몽골 대사관의 토지 점유가 "국가면제"를 받을 수 있는 "주권적 행위"인지, 아니면 재판을 받아야 하는 "사법적 행위"인지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사관 부지라도 무조건 면제는 아니다!
대법원은 외국이 우리나라 땅에서 사법적 행위를 했다면,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 제6조 제1항, 제101조) 단, 그 행위가 주권적 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외국의 주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 재판권이 제한됩니다.
대법원은 몽골 대사관 건물 부지의 경우, 외교공관의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재판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보았습니다. 건물 철거와 토지 인도 청구는 대사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대해서는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금전 지급 청구는 대사관의 직무 수행을 직접적으로 방해하지 않으므로 재판권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즉, 대사관이라도 남의 땅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 판례: 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 12. 13. 선고 2009다16766 판결)
결론: 국가도 법 앞에 평등하다
이번 판결은 국가면제 원칙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국가도 사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외교 관계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재산권 보호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민사판례
외국 정부도 우리나라에서 사적인(私法的) 행위를 했다면, 우리나라 법원에서 재판받을 수 있다. 다만, 그 행위가 외국 정부의 주권적 활동과 관련이 깊다면 재판할 수 없다.
민사판례
이웃 토지 건물 일부가 내 땅을 침범했을 때, 측량 당시 기준점을 찾을 수 없다면 현재 기준점으로 측량해야 하며, 땅 주인은 침범 건물 철거를 요구할 수 있다. 단순히 손해가 크다는 이유만으로는 권리남용이 아니다.
민사판례
국가 소유 토지와 건물 중 토지만 개인에게 팔았을 때, 국가가 계속 건물을 점유하는 것은 자주점유(내 땅이라고 생각하고 점유)가 아니라 타주점유(남의 땅이라고 생각하고 점유)이다.
상담사례
이웃이 내 땅을 침범해 건물을 지어 내 땅 전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면, 침범 면적이 아닌 전체 땅의 임대료 수준에 해당하는 부당이득을 청구할 수 있다.
민사판례
이미 다른 사람 이름으로 등기된 땅에 대해 "내 땅이다!"라고 주장하려면, 등기부상 소유자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지, 국가를 상대로 소송할 수는 없다는 판결입니다. 취득시효(오랫동안 점유하면 소유권을 취득하는 제도)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시효 완성 당시의 땅 주인을 상대로 소송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건물을 소유하면 그 건물이 서 있는 땅(부지)도 점유한 것으로 본다. 실제로 그 땅을 사용하고 있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