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돈 대신 돌려받기로 한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면? 억울한 마음에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생각해볼 수 있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좀 복잡합니다.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과 물건을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은 법적으로 다르게 취급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이란 빚진 사람이 재산을 빼돌려 갚을 능력이 없어지게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이 돈을 빌린 사람(채무자)의 재산 빼돌리기 행위를 취소해서 원래대로 돌려놓고, 자신의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돈'입니다. 법적으로 '금전채권'이라고 부르는데,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는 경우에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돈 대신 특정 물건, 예를 들어 그림이나 자동차 같은 것을 돌려받기로 약속했다면 어떨까요? 이런 경우는 '특정채권'이라고 합니다. 대법원은 특정채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9. 4. 27. 선고 98다56690 판결).
예를 들어 A가 B에게 땅을 팔기로 하고 계약금을 받았는데, B에게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주기 전에 C에게 그 땅을 팔아버렸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경우 B는 A에게 땅 소유권을 이전해달라고 요구할 권리(특정채권)가 있습니다. 하지만 B는 C에게 땅을 판매한 행위를 사해행위로 보고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즉, 돈이 아닌 특정 물건을 돌려받기로 한 경우, 설령 상대방이 고의로 다른 사람에게 그 물건을 넘겼더라도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통해 되찾아오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법적 구제 수단이 있을 수 있으니, 전문가와 상담하여 본인의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담사례
돈뿐 아니라 특정되지 않은 물건(불특정물)에 대한 채권도 채무자의 재산 빼돌리기(사해행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으며, 사해행위 취소 소송이 가능하다.
민사판례
빚진 사람(채무자)이 여러 채권자 중 한 명에게만 몰래 재산을 넘겨 다른 채권자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재산을 넘겨받았던 채권자(수익자)도 다른 채권자들과 마찬가지로 돌려받은 재산에서 자신의 빚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판결.
민사판례
빚을 갚지 않으려고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사해행위)를 취소하려면 별도의 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다른 소송에서 단순히 방어 수단으로 주장할 수는 없다.
상담사례
사해행위 취소소송으로 받아낼 수 있는 금액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채권액까지이며, 예외적인 경우에만 초과하여 청구 가능하지만, 초과분을 다른 채권자에게 나눠줄 의무는 없다.
민사판례
빚진 사람(채무자)이 돈을 받을 권리(채권)를 다른 사람(수익자)에게 넘겨서 채권자가 돈을 받지 못하게 된 경우(사해행위), 채권자는 수익자가 돈을 받을 곳(제3채무자)에 채권양도가 취소되었음을 알리도록 요구할 수는 있지만, 채무자를 대신해서 직접 돈을 받아낼 수는 없다.
민사판례
빚을 갚지 않으려고 재산을 빼돌린 채무자의 행위(사해행위)를 취소하려면 재산을 넘겨받은 사람(수익자)이나 그로부터 다시 재산을 받은 사람(전득자)을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며, 채무자를 상대로는 소송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전득자를 상대로 소송할 경우, 취소 대상은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거래만 해당되고, 수익자와 전득자 사이의 거래는 취소 대상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