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8.03.13

민사판례

돈 줘야 할 때 안 줬다고 무조건 연체는 아닙니다!

부동산 매매처럼 서로 주고받아야 할 것이 있는 계약에서, 내가 줘야 할 것을 제때 안 줬다고 해서 무조건 연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해야 비로소 내가 연체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적용되는 경우입니다. 오늘은 이 동시이행의 항변권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례는 이렇습니다.

땅을 사고파는 계약에서 매수인이 중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잔금 지급일이 되었지만, 매수인은 잔금도 지급하지 않았고, 매도인 또한 소유권 이전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이 중도금과 잔금 모두 연체했다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대법원은 매수인이 중도금을 연체한 것은 맞지만, 잔금 지급일 이후에는 중도금 연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 동시이행의 항변권이란? 쉽게 말해 "나도 줄 테니 너도 줘!"라는 것입니다. 서로 주고받기로 한 상황에서 상대방이 주지 않으면 나도 줄 의무가 없다는 것입니다.
  • 이번 사례에서 잔금 지급일이 지났을 때 매수인은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해야 하고, 매도인은 소유권 이전 등기 서류를 줘야 합니다. 즉, 서로 동시에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죠. (민법 제536조)
  • 매도인이 소유권 이전 등기 서류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매수인은 잔금은 물론이고 이미 연체된 중도금에 대해서도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즉, 잔금일 이후에는 중도금 연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입니다.

핵심 정리!

  1. 동시이행 관계에 있는 채무는 상대방이 이행 또는 이행의 제공을 할 때까지 이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2. 꼭 "동시이행 항변권 행사합니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으면 나도 이행하지 않아도 연체 책임이 없습니다.
  3. 중도금을 연체했더라도 잔금 지급일 이후 매도인이 소유권 이전 등기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중도금 연체에 대한 책임도 사라집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민법 제536조 (동시이행)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그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부할 수 있다. 상대방의 채무가 변제기에 있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같다.
  • 대법원 1980. 4. 22. 선고 80다268 판결
  • 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1029 판결
  •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9930 판결
  •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43107 판결
  • 대법원 1992. 7. 24. 선고 91다38723, 38730 판결
  • 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12739 판결
  • 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40851, 40868 판결
  • 대법원 1998. 2. 10. 선고 96다7793, 7809, 7816 판결

부동산 매매와 같이 큰돈이 오가는 계약에서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위 내용을 참고하셔서 불필요한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민사판례

먼저 계약금 돌려줘야 중도금 낼 수 있다? 계약 이행 순서에 대한 이야기

계약에서 돈을 먼저 지불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쪽(선이행의무자)이라도, 상대방이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명백한 근거가 있다면 돈을 지불하지 않을 수 있다.

#선이행#이행 곤란#현저한 사유#공평과 신의칙

민사판례

부동산 매매에서 "돈 준비했어요!" 만으로는 계약 이행이 안 된다고요?

돈을 지급해야 하는 사람이 지급할 돈보다 많은 돈이 들어있는 통장 사본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통장사본#매매대금#지급#이행제공

민사판례

부동산 매매 시 양도소득세 납부 약정과 소유권 이전 등기의 동시이행 관계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매수인이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기로 약정한 경우, 매수인의 양도소득세 납부 의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가 동시이행 관계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이행 방법 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단순히 매수인이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기로 약정했다는 사실만으로 동시이행 관계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매매#양도소득세 부담 약정#소유권이전등기#동시이행 항변권

민사판례

부동산 매매 - 중도금 미납 시 잔금과 소유권 이전은 동시이행?

부동산 매매에서 매수인이 중도금을 내지 않고 잔금 지급일까지 넘긴 경우, 매수인이 내야 할 돈(중도금, 지연이자, 잔금)과 매도인이 해야 할 등기이전은 동시에 이행해야 하는 관계가 된다.

#중도금 미지급#잔금일 경과#동시이행#등기이전

민사판례

부동산 매매, 중도금 연체에도 계약 파기는 신중해야!

부동산 매매에서 매수인의 중도금과 잔금 지급 기한을 연장하기로 합의한 경우, 매도인이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야 하는 기한도 함께 연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

#중도금#잔금#지급기한 연장#등기의무 이행기한

민사판례

잔금 미지급에도 책임이 없다고? 알아두면 쓸모있는 부동산 매매 상식!

부동산 매매에서 잔금 납부를 연기하고 이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는데, 매도인이 연기된 잔금일에 등기서류를 제공하지 않으면 매수인은 잔금 미납으로 인한 책임(이행지체)을 지지 않는다.

#잔금연체#약정#서류미제공#이행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