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0.11.23

민사판례

먼저 계약금 돌려줘야 중도금 낼 수 있다? 계약 이행 순서에 대한 이야기

부동산 매매 계약을 하다 보면 "계약금, 중도금, 잔금"이라는 단어를 자처 듣게 됩니다. 보통 계약금을 내고, 중도금을 지불한 후 마지막으로 잔금을 치르면서 소유권을 이전받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런데 만약 상대방이 잔금을 받고도 소유권 이전을 안 해줄 것 같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도금을 먼저 내는 것이 불안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법에서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네가 먼저 안 하면 나도 안 할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선이행의 항변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으로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잔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두 의무는 동시에 이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특약이나 관습에 따라 매수인이 먼저 중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매수인은 '선이행의무자'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 매도인 쪽에 문제가 생겨 소유권 이전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라면, 매수인은 중도금(선이행의무)을 지급하기가 망설여질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민법 제536조 제2항은 선이행의무자에게 '선이행의 항변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즉,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선이행의무자가 자신의 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대법원 1989.9.12. 선고 88다카11756 판결은 이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단순히 상대방의 이행이 어려워 보이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계약 성립 후 채무자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 악화 등으로 반대급부를 이행받을 수 없는 사정변경이 생겨, 선이행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는 당사자 쌍방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위 판례에서 원고는 피고로부터 토지를 매수했는데, 피고가 토지에 대한 처분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원고는 이를 이유로 중도금 지급을 거절했지만,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가 처분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었고, 원고가 중도금 지급을 거절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선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이행이 단순히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계약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사유는 당사자 쌍방의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참조조문: 민법 제536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89.9.12. 선고 88다카11756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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