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드라마를 보면 같은 사건으로 여러 번 소송하는 장면이 나오곤 합니다. 현실에서도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원칙적으로 안 됩니다. 바로 기판력 때문인데요. 오늘은 기판력을 이해하기 쉬운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례)
땅 주인 갑은 건설사 을과 아파트를 짓기로 계약했습니다. 공사 대금 대신 새 아파트 일부 세대를 을에게 주기로 했죠. 갑은 아파트 소유권을 확보한 후, 을로부터 아파트를 분양받아 살고 있는 병에게 집을 비워달라는 소송(1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병이 을과 정당하게 매매계약을 맺고 살고 있다고 판단하여 갑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반전이 일어납니다. 을이 병을 상대로 매매계약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을의 대리인이 정당한 권한 없이 계약을 체결했다며 계약 무효 판결을 내린 것이죠. 이에 갑은 다시 병에게 집을 비워달라는 소송(2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번에는 결과가 달라질까요?
(해설)
안타깝지만, 갑은 또 패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1차 소송에서 패소 판결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기판력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기판력이란, 확정판결의 효력이 소송 당사자에게 미치는 구속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같은 사건으로 두 번 재판받을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기판력의 범위: 기판력은 소송의 쟁점이었던 법률관계에 대한 판단에 적용됩니다. 본 사례에서는 '갑과 병 사이의 아파트 인도'가 쟁점이었죠. 또한, 변론이 끝나기 전에 주장했거나 주장할 수 있었던 모든 내용에도 기판력이 미칩니다.
기판력의 예외: 기판력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변론 종결 후에 새로운 사실관계가 발생한 경우에는 기판력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차 소송 후에 병이 집을 불법 점거하게 되었다면, 갑은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 사례에서는 '매매계약 무효'라는 사실은 1차 소송 변론 종결 전에 존재했던 사실입니다. 단지 그 사실이 나중에 다른 소송을 통해 밝혀졌을 뿐입니다. 따라서 이는 기판력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갑은 1차 소송에서 '병의 매매계약이 무효일 가능성'을 주장했어야 했습니다.
관련 법조항과 판례를 살펴보면, 민사소송법 제216조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2. 10. 27. 선고 91다24847, 24854 판결, 대법원 2016.08.30. 선고 2016다222149 판결)는 변론종결 후 새로 발생한 사유라 함은 새로운 사실관계를 의미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증거자료나 다른 판결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2차 소송은 1차 소송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므로 기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처음부터 신중하게 준비하고 모든 주장을 펼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사판례
이전 소송에서 패소한 후, 관련된 다른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해서 이전 소송 결과가 뒤집히는 것은 아니다. 이전 소송에서 주장할 수 있었던 내용을 근거로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민사판례
이전 소송에서 패소 확정된 당사자가, 동일한 사실관계를 근거로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판례입니다. 이전 소송의 판결 내용과 모순되는 주장은 금지되며, 이전 소송의 판결 이후 새롭게 찾은 증거만으로는 판결을 뒤집을 수 없습니다.
민사판례
이전에 확정판결이 난 소송과 당사자, 소송의 원인, 청구 내용이 실질적으로 같다면, 비록 등기 신청 날짜에 오류가 있더라도 이전 판결의 효력(기판력)이 적용되어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판례입니다. 법원은 기판력 존재 여부를 스스로 조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민사판례
과거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더라도, 그 이후 등기 상황에 변화가 생겨 소유권이전등기가 가능해졌다면,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민사판례
한번 확정된 판결의 효력(기판력)은 이전 소송과 동일한 당사자 사이에서, 이전 소송의 변론이 끝나기 전에 주장했거나 주장할 수 있었던 모든 내용에 적용됩니다. 즉, 이전 소송에서 주장하지 못했던 내용이라도, 주장할 수 있었다면 나중에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상담사례
동시이행 관계(땅 판매자가 잔금 받고 등기 서류 줘야 하는 상황)에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빌려준 돈을 잔금에서 상계하겠다는 주장은 기판력이 없으므로, 매수인은 나중에 잔금 청구 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