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3.07.27

민사판례

땅 사기로 했는데, 돈 다 안 냈다고 계약 깬다고? 잠깐!

부동산 매매, 특히 토지 매매는 큰돈이 오가는 일이라 종종 분쟁이 발생하죠. 오늘 소개할 사례도 그런 경우인데요, 잔금을 다 치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하려고 했지만 법원은 매수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함께 살펴볼까요?

사건의 개요

원고(매수인)는 피고(매도인)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일에 돈을 모두 지급하고 소유권을 이전받기로 약정되어 있었죠. 하지만 잔금 지급일에 원고가 돈을 들고 매도인을 찾아갔더니, 매도인은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 말소 등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일부 금액만 중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잔금은 서류가 준비되면 그때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매도인은 거절했습니다. 결국 원고는 잔금을 모두 지급하지 못하고 돌아왔고, 이후 매도인은 계약금 배액을 배상하며 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가 매매계약에 따른 매수인으로서의 채무 이행에 이미 착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잔금 지급일에 돈을 들고 매도인을 찾아갔고, 서류 미비로 잔금 전액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매도인의 책임이라는 것이죠. 즉, 매수인은 돈을 지급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매도인의 잘못으로 지급하지 못한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핵심 포인트: 채무 이행 착수

이 사례의 핵심은 바로 '채무 이행 착수'입니다. 민법 제565조는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쌍방 중 어느 한쪽이라도 계약 내용을 이행하기 시작하면 상대방은 함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잔금 지급일에 돈을 가지고 매도인을 찾아간 행위를 '채무 이행 착수'로 보았습니다. 매도인이 서류를 준비하지 않아 잔금을 모두 지급하지는 못했지만, 지급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실제로 일부 금액을 지급했기 때문에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 1976.7.27. 선고 76다509 판결, 1979.11.27. 선고 79다1663 판결(공1980,12369) 등 기존 판례와도 일맥상통합니다.

결론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잔금 지급은 매우 중요한 의무입니다. 하지만 이 사례처럼 매수인이 잔금을 지급하려는 의사와 준비가 있었음에도 매도인의 사정으로 지급하지 못한 경우라면, 매도인은 함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사례는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채무 이행 착수'의 의미를 명확히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민사판례

돈 안 준다고 계약 파기? 잠깐만요!

부동산 매매에서 매수인이 잔금 지급을 미루고 여러 번 연기 요청을 했다고 해서 바로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 매도인은 소유권 이전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갖추고 매수인에게 이를 전달하겠다고 알린 후 잔금 지급을 최고해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잔금지급연기#계약해지#이행제공#최고

민사판례

땅 사고 잔금 안 냈다고 계약 해지? 잠깐! 확인할 게 있어요!

매매계약서에 주소 등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매수인의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결. 매도인은 매수인의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자신의 의무 이행을 먼저 제공해야 하며, 매수인이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행 제공 없이 해제할 수 있다.

#부동산#매매계약#해제#불이행

민사판례

부동산 매매, 언제 계약 해지할 수 있을까? - 땅값 폭등 후 딴소리하는 매수인 이야기

부동산 매매에서 매수인이 잔금을 치르지 않을 때,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하려면 단순히 잔금 미지급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소유권 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잔금 지급을 최고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다만, 매수인이 잔금을 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매도인이 서류를 모두 완벽하게 갖추지 않더라도 계약 해제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매매계약 해제#매도인 의무#잔금 미지급#동시이행

민사판례

돈 줄 준비 다 했는데, 집을 안 비워줘요! - 계약 해지는 어떻게?

부동산 매수인이 잔금 지급일에 잔금을 준비했지만, 매도인이 집을 비워주지 않아 잔금을 치르지 못했습니다. 매수인은 잔금을 양도성예금증서로 바꿔 보관하며 매도인에게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고, 응하지 않자 계약을 해제했습니다. 법원은 매수인이 잔금을 양도성예금증서로 바꿔 보관한 것은 잔금 지급 준비로 인정하여 계약 해제가 유효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부동산#매매계약#해제#잔금

민사판례

부동산 매매에서 잔금 안 내는 구매자, 어떻게 대처할까요?

부동산 매매에서 매수인이 잔금을 낼 준비가 안 됐는데도 매도인이 등기이전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갖추고 있어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매수인의 상황을 고려해 매도인이 어느 정도 준비했으면 충분한지 판단해야 한다.

#잔금#매수인#매도인#소유권이전

민사판례

부동산 매매계약 해제,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부동산 매매에서 매수인이 잔금을 치르지 않을 때,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하려면 등기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갖춰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매수인이 계약 이행에 비협조적일 경우 매도인은 서류를 전부 갖추지 않고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부동산 매매#계약 해제#이행 제공#잔금 미지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