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제출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상대방 주장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법원에서 문서 제출 명령을 내렸는데 상대방이 이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산이씨헌평공파종중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종중 소유의 땅을 국가가 적법한 절차 없이 가져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원심 법원은 국가가 문서 제출 명령에 응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종중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핵심은 문서 제출 명령 불이행 자체가 상대방 주장의 자동적인 인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면, 법원은 국가에 토지 수용 과정과 관련된 여러 문서들을 제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이 명령에 따르지 않았습니다. 원심 법원은 이를 보고 국가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종중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상대방이 문서 제출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상대방 주장이 맞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출 명령된 문서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가정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상대방의 주장 전체가 바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종중이 주장하는 사실, 즉 국가가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서 제출 명령 불이행만으로는 증명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국가가 제출한 매도증서를 보면, 적법한 절차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심은 이 부분에 대한 심리를 더욱 꼼꼼히 진행했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대법원 1993.11.23. 선고 93다41938 판결)

이 판결은 민사소송법 제320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조항은 문서 제출 명령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만, 명령 불이행 시 상대방 주장을 바로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전에도 비슷한 취지의 판결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습니다 (대법원 1989.2.23. 선고 87다카2490 판결, 1991.8.27. 선고 90다13369 판결, 1993.6.25. 선고 93다15991 판결).

결론적으로, 문서 제출 명령 불이행은 상대방 주장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정황 증거로 사용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상대방 주장이 진실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법원은 다른 증거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