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2.06.30

형사판례

범죄 수익금으로 맡긴 돈,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오늘은 횡령죄 성립의 핵심 요건인 '위탁관계' 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특히 범죄를 목적으로 맡겨진 돈에 대한 횡령죄 성립 여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횡령죄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자기 것처럼 써버리는 범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보관'의 의미인데요. 단순히 재물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즉, 재물의 주인이 믿고 맡긴 물건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형법 제355조 제1항)

그렇다면 위탁관계는 어떻게 성립할까요?

일반적인 계약(사용대차, 임대차, 위임 등)은 물론이고, 사무관리, 관습, 조리, 신의칙 등 다양한 상황에서 성립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서로 간의 믿음이 중요하다는 뜻이죠.

판례는 위탁관계를 어떻게 판단할까요?

대법원은 재물 보관자와 소유자의 관계, 재물 보관 경위, 보관자에게 재물 보관 의무를 부과할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만약 범죄를 위해 돈을 맡겼다면 횡령죄가 성립할까요?

대법원은 **"재물의 위탁행위가 범죄의 실행행위나 준비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진 경우, 그러한 행위를 통해 형성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즉,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돈을 맡긴 경우에는, 비록 돈을 맡긴 사람과 받은 사람 사이에 '위탁'이라는 형식이 존재하더라도, 그러한 위탁관계는 사회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뢰 관계가 아니므로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례를 통해 살펴볼까요?

무자격자가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후, 이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경우 투자금을 받은 행위 자체가 불법 의료기관 개설이라는 범죄의 일부이므로, 투자자와 무자격자 사이에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신임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더라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결론적으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재물을 보관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뢰 관계에 기반한 위탁이 있어야 합니다. 범죄를 목적으로 돈을 맡긴 경우에는 그러한 신뢰 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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