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게 돈을 맡겼는데, 그 돈을 써버렸다면? 당연히 횡령죄겠죠? 그런데 만약 맡긴 돈 자체가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돈이라면 어떨까요? 이번 판례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의 개요
A는 해외 투자를 미끼로 투자자들을 속여 불법적으로 투자금을 모집했습니다(사기 및 유사수신행위). 그리고 변호사 B와 계약을 맺고 투자금을 해외 투자처로 전달하는 업무를 맡겼습니다. B는 이 돈을 해외로 보내는 과정에서 법률 자문 등을 제공하기로 했죠. 이른바 '에스크로(Escrow)' 계약입니다. 그런데 B는 이 돈의 일부를 개인적으로 사용해 버렸습니다.
쟁점
B는 횡령죄로 기소되었는데, B는 맡겨진 돈 자체가 불법적인 자금이었기 때문에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민법 제746조에 따르면 불법적인 원인으로 재산을 제공받은 사람은 그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불법원인급여' 법리에 따른 주장이었죠. 즉, A가 B에게 맡긴 돈은 사기로 얻은 돈이므로 B는 그 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따라서 횡령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B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횡령죄를 인정했습니다.
돈세탁과 무관: B와 A가 맺은 계약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돈세탁방지법) 위반과 관련이 없었습니다. 단순히 해외 송금을 위한 에스크로 계약이었을 뿐, 범죄수익을 숨기거나 가장하려는 목적은 없었죠.
불법 자금 인지 여부: 계약 당시 B는 A가 모은 투자금이 불법적인 자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었습니다. 불법적인 해외송금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도 없었고요.
관련 범죄 불기소: B는 돈세탁, 사기 방조, 외환거래법 위반 등 어떤 혐의로도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법원은 A가 B에게 돈을 맡긴 행위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B는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횡령죄로 처벌받게 되었습니다.
핵심 정리
불법적인 자금이라도 돈세탁과 관련 없고, 수탁자가 불법성을 몰랐다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판례의 핵심입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형사판례
사기로 얻은 범죄수익금을 알면서도 현금으로 바꿔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받아 사용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
형사판례
사기 범죄수익금을 맡아 보관하다가 사용한 경우, 돈을 맡긴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
형사판례
불법 의료기관 설립을 위해 투자된 돈을 횡령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횡령죄는 신뢰를 바탕으로 맡겨진 재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불법적인 목적을 위해 건네진 돈은 그러한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형사판례
특정 목적을 위해 돈을 받았더라도, 그 돈이 채무 변제 목적으로 전달되었다면 받은 사람 마음대로 써도 횡령죄가 아니다.
형사판례
다른 사람에게 특정한 목적으로 돈을 맡았다면, 그 목적이 사라졌더라도 주인 허락 없이 돈을 쓰면 횡령죄입니다.
형사판례
사기 범죄로 얻은 돈을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가 그 사람이 돈을 써버린 경우,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 하지만 그 돈은 추징 대상이 아니다.